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원전)인 고리 1호기가 폐쇄 절차를 밟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2차 회의를 열어 고리 원전 1호기(부산 기장군)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한 후 "원전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영구 정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그렇게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 중단 결정은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첫 사례이다.
이에 한수원은 오는 18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한수원 이사회는 이르면 오는 16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수명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한수원에 있으나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의 권고가 이뤄지면 구속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는 58만7000㎾ 용량의 경수로형 원전으로 우리나라 원전 시대의 막을 열었다. 미국 정부의 차관과 미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지원받아 1971년 착공해 1977년 준공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해로 37년간 가동 중이다.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됐으나 2008년 정부로부터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2017년 6월18일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됐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해외 원전의 경우 1∼2차례의 가동기간 연장을 통해 70∼80년까지 가동한다며 수명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낡은 고리 1호기가 고장이 잦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추가 연장을 포기하고 즉각 폐쇄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패쇄 여론이 고조됐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이후 최근까지 사고·고장 건수가 130건으로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았다. 가동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가동정지 일수가 늘어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내에는 현재 고리 1호기를 포함해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2029년까지 36기까지 확대하는 전력 수급계획이 최근 마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리 1호기에 이어 고리 2호기는 2023년에 설계수명이 끝나고 고리 3호기는 2024년, 고리 4호기와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는 2025년에 수명이 종료된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