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 시장을 놓고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온라인·모바일 결제가 늘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업체가 호황을 맞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각자 자신들의 전략으로 소셜커머스 시장 1위를 향한 의미 있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소셜커머스업체들의 경쟁은 겉은 요란한 TV광고로 벌이는 맞불 작전이 대부분이었다. 온라인에서는 최저가를 내세운 쿠폰과 할인행사 등의 제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 경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앙상이 달라졌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란 물류서비스로, 티몬은 고객 중심 서비스, 위메프는 가격이란 각사의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워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의 특별한 경쟁이 소셜커머스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으로 업계 1위 확보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쿠팡은 자사만의 특화된 서비스 로켓배송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동안 엎치락뒤치락 했던 시장 1위 자리를 로켓배송으로 단숨에 꿰찼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택배회사를 통하지 않고, 쿠팡의 물류담당 직원이 직접 소비자에게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다. 로켓배송 이름처럼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보통 다음날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 쿠팡은 당일 배송을 목표로 로켓배송 서비스 강화를 하고 있다. 또한 로켓배송은 기존 택배와는 다르게 친절함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 택배 서비스가 불친절하고 불편하다는 고객 불만이 많다는 점을 개선해 고객에게 전화, 문자, 사진 확인 등의 친절한 서비스로 주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선 기저귀, 분유, 물티슈 등의 급하게 필요한 생필품은 쿠팡에서 구매하는 게 유행일 정도다. 로켓배송의 인기 덕에 쿠팡은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고 그동안 서로 1위라고 주장하던 경쟁을 마무리지었다.
뿐만 아니다. 로켓배송으로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성공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 시장 1위 자리를 바탕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손정의 회장이 직접 나서서 투자한 것으로 전해져 업계에선 더욱 화제다. 쿠팡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전문회사 세퀘이아캐피탈로부터 1억달러(약 1100억원),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약 3300억원) 투자유치에도 성공한 바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 유치로 쌓은 자금을 바탕으로 쿠팡은 소셜커머스 시장을 넘어 e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 전체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정책이다.
그렇다고 장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쿠팡의 핵심인 로켓배송이 물류회사들과 한바탕 법정 싸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한진, 글로비스, CJGLS, 농협물류, 동부익스프레스, 로젠 등 대기업 물류회사들 대부분이 회원인 한국통합물류협회(물류협회)는 지난달 22일 전국 21개 시·군·구청에 있는 쿠팡 로켓배송캠프 25곳을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단속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물류협회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을 본 후 법정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쿠팡이 해결해야할 가장 큰 산이 바로 물류협회 소속 대기업들과의 싸움이다.
▶티몬, 신현성 대표 직접 고객 잡기 나서
티몬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티몬 창업자 신현성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했던 그루폰으로부터 글로벌투자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함께 경영권 지분을 다시 인수했다. 이후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현성 대표가 직접 캠페인에 나서며 변화된 티몬을 보여주고 있다. 신 대표는 유튜브 캠페인 광고에 직접 출연해 연기까지 하며 티몬의 새 서비스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배우 김병옥과 함께 광고에 출연한 신현성 대표는 "티몬이 더 잘 할게요"를 외치며 새롭게 선보인 티몬의 서비스들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캠페인 광고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다가 불편한 점들 때문에 분노한 조폭 김병옥이 신현성 대표를 잡아다가 혼을 내주는 내용의 코믹한 영상이다. 광고에서 소셜커머스의 단점을 고쳐 "더 잘 하겠다"는 신현성 대표의 외침은 웃음을 주면서도 현실적이라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최근 티몬은 온라인 쇼핑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배송, 결제, 환불, 서비스 등을 강화로 차별화 정책을 선보였다. 결제의 불편함을 간소화해 3초 만에 결제할 수 있는 '티몬페이'와 사용하지 않으면 환불해 주는 '미사용 지역티켓 100% 자동환불제', 배송상품 반품 시 즉시 환불해주는 '바로 환불제', 배송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제한 배송지연 보상제', 등급에 따라 쿠폰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티몬 멤버십' 등 5가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모두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했던 점들이다. 티몬을 다시 인수한 신현성 대표가 일거에 쏟아낸 고객 서비스들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몬 측은 "그동안 쿠폰할인과 같은 단기적인 마케팅을 통한 매출 증대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들이 먼저 찾는 쇼핑몰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객이 장기적으로 믿고 찾을 수 있는 쇼핑몰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메프, 내우외환 넘어서 초심으로
올해초 내우외환을 겪었던 위메프는 내실 다지기를 하는 중이다. 위메프는 연초부터 '인턴채용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채용을 조건으로 인턴을 뽑아놓고, 인턴기간이 끝나면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인턴의 고발로 시작된 논란에 위메프는 크게 휘청거렸다. 특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 위메프의 채용 논란은 상당히 뼈아팠다. 벤처 신화 허민 대표가 이끄는 위메프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졌고, 실제로 위메프 이용자가 줄었다. 결국 위메프 성장은 주춤하게 됐다.
위메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스스로 소셜커머스 시장 1위라고 얘기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인턴 논란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실제로 업계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위메프는 3위로 판명됐고, 쿠팡과 TV광고로 경쟁을 펼치던 위메프는 흔들렸다. 또한 매출 부풀리기로 소셜커머스 2위라고 공시를 했다가 결국 3위인 게 밝혀져 정정공시를 하는 일까지 있었다. 위메프의 올해 상반기는 이래저래 숨 가쁜 일들이 많았다.
위메프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콘셉트로 쇼핑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정책이다. 쇼핑의 기본은 가장 싼 물건을 쉽고 편하게 받는 거라는 점에 집중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3사 중 판매촉진비용을 가장 많이 사용할 정도로 위메프는 쿠폰과 할인, 핫딜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이 있는 위메프란 자리를 확보하려고 한다. 광고로 위메프를 알리기보다는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이 돌아가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이다.
위메프 측은 "이익을 줄여서 소비자에게 직접 돌려주는 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게 맞는 거다. 배송 역시 소비자에게 어떻게 싸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그동안 어려운 일들이 많았던 만큼 자기성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쿠팡, 티몬의 공격적인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위메프 측은 "시장 변동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위메프는 올해 하반기에 쿠팡, 티몬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