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보름 전 FC서울은 10위였다.
상위권과의 승점 차는 크지 않았지만 행보는 불안했다. 어느덧 근심이 사라졌다. 3연승이 세상을 또 바꿔놓았다. 서울이 2위(승점 25)로 올라섰다. 선두 전북(승점 32)과는 승점 7점 차, 3위 수원(승점 24)과의 1점차다. 수원은 한 경기를 덜 치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로 16강 2차전으로 연기된 일정을 13일 소화한다. 수원은 성남과 격돌한다. 수원이 승리하거나 비기면 2위 자리는 또 바뀐다.
K리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의 순위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슬로 스타터' 서울은 분명 달라졌다. 최근 6경기에서 5승1무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의 비상, 그 비결은 뭘까.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
서울이 수직상승한 데는 변화가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 시작과 함께 포백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시도한 스리백이 '수비 축구'의 덫에 걸렸다. 여론을 의식해 변화를 선택했다. 동계전지훈련 기간 열린 평가전에선 6전 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K리그의 뚜껑이 열리자 수비가 흔들렸다. 울산과의 개막전을 필두로 전북, 포항에 6골을 허용하며 3연패를 당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병행하면서 살인적인 일정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9라운드까지 서울의 K리그 성적은 2승3무4패였다.
탈출구가 필요했고, 최 감독은 4월 스리백 카드를 다시 구상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실험을 마쳤다. 최 감독은 ACL 16강전에서 탈락한 후인 지난달 31일 울산전부터 K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스리백을 가동했다. 울산과는 득점없이 비겼지만 이후 인천, 전북, 대전을 맞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대전전의 경우 전술은 변화무쌍했다. 후반 35분 대전에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곧바로 포백으로 전환했다. 후반 43분과 44분, 동점, 역전골을 터트리며 '서울 극장'을 연출한 후에는 또 다시 스리백으로 회귀했다. 지난해의 스리백과는 또 다르다. 3-4-3이 아닌 3-5-2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며 중원을 두텁게 형성했다. 공수밸런스가 탄탄해졌다. 스리백이 '수비 축구'라는 말도 사라졌다. 서울은 최근 3경기에서 5득점-2실점을 기록했다. 5월 시작과 함께 차두리를 주장으로 선임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차두리가 선수단의 중심에 서며 신구조화를 이뤘다.
▶박주영과 정조국, 윤주태와 박용우
박주영의 부활은 공격에 숨통을 트였다. 그는 지난달 16일 전남전에서 무릎 부상과 심적 부담을 뚫고 4경기 만에 엔트리에 재승선했다. 첫 필드골을 터트리며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움직임, 키핑력, 드리블, 슈팅 등 전성기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전에서는 행운의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고, 대전전에선 결승골 도움으로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정조국과의 투톱 조합은 '옛 향수'를 선물하고 있다. 정조국은 인천전에서 올 시즌 K리그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공격의 또 다른 옵션인 윤주태도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는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ACL 16강 2차전에서 2골을 터트린 데 이어 대전전에서는 반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탁월한 골결정력으로 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리백의 중심에는 22세의 신인 박용우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그는 울산전부터 스리백의 가운데에 섰다. 신인의 티는 없다.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수비라인을 이끈다. 패싱 감각도 뛰어나 중장거리 로빙패스도 날카롭다. 여기에 김동우도 '복덩이'로 변신했다. 그는 스리백의 오른쪽이 원래 위치다. 하지만 이웅희와의 역할 분담을 위해 왼쪽으로 이동했다. 안정된 경기 운영은 물론 공격시에도 과감하게 플레이를 전개한다. 수비라인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되는 집안은 뭘 해도 된다. 요즘 서울이 그렇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