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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에게 특별한 김두현, 김두현에게 특별한 '빅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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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까치' 김두현(성남)이 '빅버드(수원 홈구장의 애칭)'에 선다. 10시즌간 수원 유니폼을 입고 밟았던 익숙한 그라운드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남다르다. 수원을 위해서가 아닌, 수원을 무너뜨리기 위한 외출이다. 김두현이 적으로 빅버드에 나서는 것은 2007년 이후 8년여 만이다. 이런 김두현을 바라보는 수원의 미드필더 권창훈은 감회가 새롭다. 권창훈은 프로 입단 이후 가장 믿고 따랐던 '멘토' 김두현을 처음 적으로 맞이한다.

수원과 성남이 A매치 휴식기인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유일한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갖는다. 수원과 성남이 각각 지난달 19일과 20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일본과 중국에서 치르게 되면서 미룬 클래식 12라운드 경기가 이날 펼쳐진다.

권창훈과 김두현의 특별한 만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둘의 인연은 권창훈이 매탄고등학교(수원 유스팀)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김두현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창훈이를 보면 내가 수원에 입단했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다. 프로에 적응하고 성장하는데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김두현은 창의적인 패스부터 강한 압박과 수비 능력까지, 자신을 닮은 권창훈을 룸메이트로 맞이했다. 권창훈에게 김두현은 경기장 안팎에서 큰 버팀목이 됐다. 권창훈은 "축구 외적으로도 존경하는 선배다. 밥 먹을 때도 두현이형을 따라다니면서 모든 모습을 배우려했다. 생존 경쟁을 펼치며 의지를 많이 했다. 축구 뿐만 아니라 생활 모습까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장과 방졸의 룸메이트 인연도 2년간 이어졌다. 김두현의 배려와 보살핌 속에 권창훈은 성장을 거듭했다. 권창훈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두현이형은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셨다. 나중에 힘든 시기가 오더라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김두현이 올시즌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권창훈과 김두현은 적으로 만나게 됐다. 지난 3월 22일 열린 성남-수원전에서는 권창훈이 결장했다. 권창훈은 올림픽대표팀의 일원으로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이번에는 권창훈이 평가전에 나선 올림픽대표팀에 차출을 피하면서 맞대결이 가능해졌다. 올시즌 첫 만남이다.

수원의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한 권창훈과 성남의 '두목까치'로 변신한 김두현은 옛 정을 잠시 접어야 한다. 둘의 어깨도 무겁다. 권창훈은 A대표팀 차출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캡틴' 염기훈과 골키퍼 정성룡의 공백을 지우기 위해 공수 조율에 더 주력해야 한다. '캡틴' 김두현 역시 중앙 수비수 임채민의 부상 공백 및 2연패에 빠진 성남의 부진 탈출을 위해 팀의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려야 한다. 치열한 허리 싸움만이 답이다. 김두현이 빠져 나간 자리를 메우며 수원의 중원 사령관으로 거듭난 권창훈은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두현이형에게 보여주고 싶다. 두현이형과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정팀을 상대하는 김두현도 수원과의 첫 대결의 패배(1대3 패)를 곱씹으며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