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10번 셜리 크루즈 선수가 개인능력이 좋다."
캐나다여자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전(0대2 패) 직후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 필승 각오와 함께 요주의 선수로 미드필더 셜리 크루즈(30)를 지목했다. 14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질 코스타리카전은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 사상 첫 16강행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다. 월드컵 첫 출전인 코스타리카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로드리게스 세데노가 사상 첫 골을 선물하며 1대1로 비겼다. 전반 13분 선제골을 내준 지 1분만에 동점골로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했다. 첫 경기에서 사상 첫 골, 사상 첫 승점을 따내며 분위기가 급상승했다. 절대적으로 승리가 필요한 경기, 코스타리카의 전력과 공략 포인트를 소개한다.
▶코스타리카 '요주의 인물' 5인
1985년생인 크루즈는 프랑스리그 파리생제르맹에서 활약중인 미드필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코스타리카에서 유일한 유럽리거다. 2006년 올림피크리옹 유니폼을 입고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2~2013시즌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해 올시즌 16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코스타리카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공격의 핵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 해결사 역할을 두루 수행한다. 2002년 10월30일 자메이카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A매치 61경기에서 21골을 넣었다.
골키퍼 디니아 디아즈(27)는 코스타리카의 수호신이자 승리의 마스코트다. 캐나다행 티켓이 걸린 북중미 여자선수권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와의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무려 3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한 '신의 손'이다. 첫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도 4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했다.
스페인전에서 조국 코스타리카에 월드컵 사상 첫골을 선물한 로드리게스 세디노(22)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재학중인 1993년생 신예 공격수다. 2007년 니카르과전에서 데뷔한 후 A매치 38경기에서 25골을 터뜨렸다. 세디노의 동점골을 도운 '윙백' 릭시 로드리게스(25)도 위험인물 1순위다. 1m52로 키는 작지만 발빠른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을 가졌다. 골 장면에서 보여준 낮고 빠른 택배 크로스는 위협적이었다. A매치 48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FIFA 미디어가이드는 크루즈와 함께 '영건' 카트린 알바레도를 주목하고 있다. 1991년생으로 2007년 10월 A매치에 데뷔한 이래 48경기에서 18골을 넣었다.
코스타리카는 젊은 패기의 팀이다. 1985년생 크루즈가 최고령이다. 90년대생들이 대거 주전을 꿰차고 있고, 1998~1999년생 어린 선수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강한 체력와 투지, 집중력이 돋보이는 팀이다. 스페인전 무승부 직후 인터뷰에서 아멜리아 발바르데 코스타리카 감독은 "스페인이 경기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고, 우리의 수비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위험지역에서 선수들이 압박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골키퍼 디니아 디아즈의 선방도 좋았고, 우리는 우리가 살려야할 단한번의 찬스를 살려냈다. 승리한 것처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객관적 전력상 우위인 스페인을 상대로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스페인은 점유율 57%, 19개의 슈팅, 7개의 유효슈팅으로 경기를 지배했지만, 1골에 그쳤다. 코스타리카는 3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고 이중 1개를 골로 연결했다. 숙련된 4-3-3 전형에, 체력과 투지를 앞세운 강력한 전방압박이 주무기다.
▶'패기만만' 코스타리카 공략법은?
브라질전 직전 몸을 풀다 TV중계로 코스타리카-스페인전을 지켜본 태극낭자들은 "생각보다 잘한다" "만만치 않은 팀"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유미는 오른쪽 측면에서 맞닥뜨릴 '왼쪽 풀백' 릭시 로드리게스를 언급했다. "처음에는 윙어인줄 알았는데 풀백이더라. 내가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해 잘 잡아야 할 것 같다"며 눈빛을 빛냈다. "브라질전에서는 내 실력의 70% 정도만 보여준 것 같다. 남은 2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꼭 이기고 싶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전가을 역시 코스타리카에 대해 "전방압박이 강하고, 투지도 강하고 열심히 많이 뛰는 팀이더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방에서 탈압박하게 되면 뒷공간은 분명히 생기게 돼 있다. 우리팀엔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공격수들이 많다. 나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자신 있다. 그 부분을 생각하고 공격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면 오히려 더 많은 찬스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번의 실수는 없다"는 말로 브라질전 실축을 만회할 의지를 표했다.
전술이나 전력보다 무서운 것은 '기세'다. 첫 출전한 월드컵, 첫 경기부터 승점을 챙긴 코스타리카는 사기충천해 있다. 젊은 팀인 만큼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초반부터 공략,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강호 브라질에 0대2로 패한 한국은 코스타리카전 승리가 절실하다. 조편성 직후부터 2차전 코스타리카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준비해왔다. 코스타리카에 패할 경우 16강 전망은 암울해진다. 승점 3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 박은선의 투입 역시 관심이다. 박은선은 2003년 미국월드컵에 이어 12년만의 도전에 의욕을 불사르고 있지만,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이 완전치 않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득점왕'에 올랐던 지난해 5월 AFC여자아시안컵 4강전 호주전(2대1 승) 이후 A매치 골맛을 보지 못했다. 윤덕여 감독은 브라질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은선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우리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 만큼, 남은 기간 최대한 만들어서 팀에 힘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 만큼 경기 흐름이 어려워질 경우 박은선을 조기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부터 3년째 발을 맞춰온 '윤덕여호'의 팀 컬러는 끈끈하다. 최근 A매치에서도 캐나다, 브라질 등 전력차가 나는 강팀에겐 패했지만, 멕시코(25위), 러시아(22위), 중국(16위) 등 엇비슷한 랭킹의 팀이나, 반드시 이겨야할 팀과의 경기에선 쉽사리 지지 않았다. 지난 5월 세계랭킹 2위 미국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11일 몬트리올 파크생로랑 훈련장의 분위기는 씩씩했다. 1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잊고, 첫승의 희망을 노래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