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의 날씨를 '바이폴라 웨더(bipolar weather)', 조울증 날씨라고 한다."
캐나다 몬트리올영사관에서 9년째 근무중인 직원이 귀띔했다.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몬트리올의 6월 날씨는 변덕스럽다. 빗방울이 '뚝뚝' 듣다가, 바람이 '씽씽' 불다가, 해가 '쨍쨍' 났다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조울증 날씨'라는 말은 그럴 듯했다.
12일(한국시각)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이틀 앞두고 캐나다 몬트리올의 스타드 드 사커 드 몬트리올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됐다. 경기 전 인조잔디구장에 앉은 채 '캡틴' 조소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불과 몇 분전까지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환해졌다.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갰다. 조소현과 인터뷰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쨍'하고 햇살을 비추기 시작했다. 조소현이 활짝 웃었다. "날씨가 좋네요, 열심히 뛰라는 뜻인가"라더니, 손을 쭉 뻗어 햇살 가득한 파란 하늘을 가리켰다. "저게 우리의 미래예요!"
'캡틴' 조소현은 윤덕여호의 중원사령관이다. 브라질전 패배에도 그녀는 씩씩했다. "실수는 아쉽지만 첫경기치고, 강팀을 상대로 경험이 없는 데 비해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사이드백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 조소현을 활용한 시프트는 윤덕여호의 주요 전략중 하나다. 4-2-3-1 포메이션에서 볼란치 역할을 수행하는 조소현은 패스를 뿌려주고, 공수라인을 조율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전천후 역할을 담당한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거침없이 중거리포도 쏘아올린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누구보다 헌신적이다.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조소현은 '브라질전 라인'을 이야기했다. "브라질전에선 아무래도 라인이 많이 밀리지 않았나 싶다. 더 밀어붙였어야 하는데 공격수들을 의식했는지 디펜스가 밀리기 시작했다, 뛰면서도 라인이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코스타리카전에선 내가 좀더 조율을 잘해야 한다. 내가 부족했던 것같다"고 했다. "윤 감독님께서 일부러 선을 내리라는 주문은 하신 적은 없다. 위에서부터 전방압박을 하기로 했는데, 골문이 열리면서 라인이 내려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후반 들어 라인이 다소 올라간 부분에 대해 "후반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들에게 골을 더 먹더라도 공격적으로 나서자, '할 수 없다. 수비선수들이 감수하자'는 뜻을 전했다. 공격수들에게는 그 뜻이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윤 감독이 믿고 쓰는 '캡틴' 조소현은 그라운드 안의 중원사령관이다. "감독님이 저랑 면담하실 때 밖에서는 소리를 지르게 되면 잘 안들리니까 안에서 계속 조율해주고 그런 부분을 잘 체크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공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격수들이 골이 중요하단 걸 알고 있다. 더 집중할 것이다. 작년보다 올해 득점이 적은 것은 강팀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골을 넣는 게 쉽지 않다. 더 많은 움직임, 더 좋은 패스를 넣어줘야한다. 더 정확해야한다"고 했다.
월드컵 첫출전에서 스페인과 비긴 '도전자' 코스타리카의 상승세에 대해 "상승세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분위기가 좋다. 준비도 잘하고 있다. 우리 역시 월드컵에 12년만에 도전하는 팀이고, 첫승을 목표로 하는 '도전자'다.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코스타리카가 생각보다 잘하는 팀인 것 맞지만, 우리가 그동안 준비해준 것을 보여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자신감도 있다.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