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전 승리는 슈틸리케호에 무한 자신감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기록이 쏟아졌다.
기록의 새 페이지를 장식한 첫 번째 주인공은 염기훈(32·수원)이었다. 지난해 1월 29일 멕시코와의 친선경기 이후 1년5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염기훈은 이날 전반 4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크 서클에서 발생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사실 쑥스러운 기록이 작성됐다. A매치 사상 개인 최장 기간 공백 후 득점이다. 염기훈은 A대표팀에서 7년 108일만의 A매치 골맛을 본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던 때는 2008년 2월 23일 중국 충칭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선수권 일본전이었다.
이전 기록은 이기형(현 인천 코치)이 보유하고 있었다. 7년이었다. 이기형은 1996년 9월 25일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졌던 한-중 정기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2003년 9월 2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렸던 아시안컵 예선 베트남전에서 다시 득점에 성공했었다.
A매치가 아닌 클럽 팀과의 경기까지 확대하면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의 이름도 등장한다. 차 전 감독은 1978년 12월 17일 방콕아시안게임 중국전 득점 이후 7년 152일만인 1986년 5월 18일 미국 LA에서 열린 페루 클럽인 알리 안사와의 평가전에서 득점했었다.
2부 리거들의 센세이션도 볼 만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6월 두 차례 A매치에 출전할 최전방 공격수 두 명을 나란히 K리그와 일본 J리그 2부 리그 소속 선수들로 꾸렸다. 그래도 이정협은 1월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어느 정도 기량을 검증받았다. 생애 첫 태극마크에다 메이저대회 출전까지 꿈같은 시간을 보냈던 이정협은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또 다른 2부 리거 이용재도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UAE전에서 펄펄 날았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새 기록은 후반 44분 쓰였다. 후반 이용재 대신 교체투입된 이정협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넣었다. 2부 리그 소속 선수 2명이 한 경기에서 동시에 득점한 것은 A매치 사상 최초다. 호주아시안컵 당시 이근호 이정협이 챌린지(2부 리그) 상무 소속으로 A매치에서 득점한 적은 있지만, 한 명 뿐이었다.
UAE전은 슈틸리케호의 3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치른 14경기 동안 3골을 넣거나 3골차로 승리를 거둔 경기는 없었다.
또 A대표팀에도 3골차 승리는 기록이었다. 31경기 만이다. 2013년 9월 6일 아이티와의 친선경기에서 4대1로 승리한 뒤 3골차 승리를 맛본 것은 1년3개월 만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