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리턴매치, 브라질(FIFA랭킹 7위)은 역시 강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8위)이 10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여자월드컵 브라질과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전반 33분 포르미가에게 선제골, 후반 8분 마르타에게 페널티킥 추가골을 허용했다. 2003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0대3 패배 이후 12년만의 재대결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차가 컸다. 브라질의 공격을 주도한 마르타(93경기 92골), 포르미가(136경기20골), 크리스티안(107경기 75골)은 막강한 개인기와 풍부한 경험을 두루 갖춘 베테랑이다. 브라질은 월드컵 본선에 7회 출전했다. 2007년 중국대회에선 준우승했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두차례 은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에서 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는 아직 없다. 미드필더 권하늘이 96경기(15골)로 사상 첫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3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2003년 미국여자월드컵, 브라질(0대3패) 프랑스(0대1패) 노르웨이(1대7패)와의 3경기에서 1득점 11실점하며 3연패했다. 캐나다월드컵에서 첫 목표를 첫승으로 잡은 이유다. E조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브라질과 첫 경기를 치렀다. 실력자들이 즐비한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은 '도전자'다. 아직 2차전 코스타리카(FIFA랭킹 37위, 14일), 3차전 스페인전(FIFA랭킹 14위, 18일)이 남아 있다. 브라질전의 아쉬움을 복기해야 할 이유다.
▶공격라인이 터져야 산다
브라질전을 앞두고 지소연은 "우리가 많이 밀릴 것이다. 그래도 두세번의 찬스는 올 텐데 그걸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소연의 말대로였다. 2실점한 후 두세차례의 결정적인 찬스가 왔다. 브라질의 점유율 축구는 이름높다. 이날도 61%대 39%로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했다. 전후반을 통틀어 14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중 4개가 유효슈팅이었다. 한국도 분전했다. 9개의 슈팅을 쏘아올렸다. 전가을이 2개, 조소현이 3개, 유영아, 강유미, 김혜리, 이소담이 각 1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중 '윙어' 강유미와 '윙백' 김혜리의 헤딩이 유효슈팅으로 기록됐다. 문전에서의 세밀함, 침착함,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미국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맛을 보지 못했다. 남은 2경기에서 공격라인이 터져야 산다.
무엇보다 '지메시' 지소연의 슈팅이 없었다. 섀도스트라이커의 위치에 선 지소연은 초반 상대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공격라인을 올린 후반 20분 이후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충실했다. 동료들에게 킬패스를 건넸다. 후반 26분, 지소연이 전가을에게 내준 패스에 이은 슈팅이 불발됐다. 후반 35분 지소연과 전가을의 눈빛 호흡이 또 한번 통했지만 이번에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지소연은 "첫터치가 늦었다. 너무 내려섰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강팀을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다보니, 공격라인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지소연은 "많이 내려섰고, 올라설 때 실수를 했다. 분명히 브라질도 빈틈이 있었는데 두세번 찬스에서 해결을 못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지소연은 조력자, 해결사의 능력을 두루 지닌 선수다. 왼발, 오른발, 머리를 모두 쓰고, 킥, 패스, 드리블에 두루 능한 전천후 에이스다. 지난 4월 러시아와의 1차 평가전(1대0 승)에서 거침없이 상대 수비라인을 뚫어내며 0-0 팽팽한 균형을 깨뜨린 장면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후반 29분 교체투입 된 후 20분동안 중거리, 문전에서 가리지 않고 슈팅을 쏘아올렸고, 끝내 결승골을 밀어넣었다. 슈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소연은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중 가장 많은 골(76경기 38골)을 넣은 선수다. '킬러' 지소연이 슈팅을 하지 않은 경기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이중 2골을 지소연이 넣었다.
▶실수를 줄여라, 환경에 적응하라
브라질전 전반 30분까지는 강력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태극낭자들은 '악바리'였다. 전반 22분 지소연이 엔드라인까지 따라가 이은미와 협업수비로 파비아나를 봉쇄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26분 안드레사 알베스의 슈팅이 중앙수비수 김도연의 얼굴을 강타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후반 2골을 실점한 이후에도 수비수들의 투혼은 빛났다. 왼쪽 수비수 이은미는 "머리가 부서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몸을 던졌다"고 했다. 후반 36분, 포르미가, 크리스티안, 마르타로 이어진 삼각편대의 전광석화같은 공격을 이은미가 몸 던진 태클로 저지했다.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실수'였다. 전반 33분 포르미가의 선제골은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센터백 김도연이 골키퍼 김정미에게 넘기려던 백패스가 빌미가 됐다. 실수를 틈탄 포르미가가 쇄도했고, 골문이 열렸다. 후반 8분, 조소현이 마르타에게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준 장면 역시 박스내 불안한 패스가 요인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두번의 실점 장면이 모두 실수에서 나왔다. 이런 장면을 시정해야만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실수에는 인조잔디, 실내 돔구장 적응도 영향을 미쳤다. '백전노장' 김정미는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 잔디를 조심스레 귀띔했다. 잔디가 높아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캐나다여자월드컵의 인조잔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었다. 한국선수들은 인조잔디에 익숙치 않다.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김정미는 "미국에서 연습한 인조잔디와는 또 달랐다. 어제 처음 1시간 공식훈련을 한 후 곧바로 경기에 임했는데, 잔디가 많이 높다. 공이 바운드되고, 불규칙하게 멈춰버린다. 패스워크에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음 경기인 코스타리카전에는 좀더 잔디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보다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고, 빨리 적응하는 것 역시 프로의 능력이자 의무다. 11~13일까지 사흘간 훈련을 이어간다. 14일 오전 8시 몬트리올올림픽타디움에서 펼쳐질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 사활을 걸었다. 지소연은 "코스타리카를 잡지 못하면 16강을 못간다. 코스타리카를 잡고 반드시 첫승을 거둬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