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동양 이글스에 합류한다.
한국독립아이스하키 사무국 측은 10일 "국가대표 출신 박태환이 인빅투스 웨이브즈에서 동양 이글스로 이적한다"고 밝혔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1~2012시즌 안양 한라에 입단해 아시아리그에 데뷔한 박태환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의 국가대표 코치진 백지선 감독과 박용수 코치가 대한민국 아이스하키엔 이런 선수가 많아야 한다고 직접 지목해 언급했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포서다.
아시아리그에서 뛰는 동안 강력한 체킹과 슬랩 샷은 물론 싸움을 피하지 않고 즐기는 호전적인 성격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리그 상대 팀 사이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로 꼽히는 존재다.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존재였지만 아이스하키 팬에게는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다. 호쾌한 플레이 스타일과 함께 겉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 어떤 선수보다도 자주 헤어스타일을 바꾸며 링크를 찾는 팬에게 즐거움을 줬고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유난히 핑크를 좋아해 스틱, 글러브, 스케이트 끈은 물론 심지어 팬츠 끈까지 핑크로 장식하며 '핑크 보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개막전을 위해 원정길에 올랐던 하치노헤에서 정강이뼈와 발목을 다치며 시즌을 접어야 했고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안양 한라와의 재계약도 포기했다. 박태환은 재계약 포기 이후 자신의 SNS에 직접 글을 올리며 아이스하키 선수로 사는 삶을 포기하는 듯 했지만, 주변의 만류는 이어졌다. 그가 가진 재능을 안타깝게 여긴 독립리그 사무국 측은 제니스 독립리그에서 꾸준히 경기력을 만들어 다시 프로 리그로 돌아가자고 박태환을 설득했고 결국, 절친 이성준이 있는 인빅투스 웨이브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태환의 제니스 독립리그 합류로 리그 경기력 향상은 물론 팬층도 다양해졌다. 아시아리그에서 그의 플레이에 반했던 많은 팬이 박태환을 보기 위해 제니스 아이스링크를 찾았고 그는 전매특허인 강한 체킹과 슬랩 샷으로 화답했다.
박태환은 인빅투스 웨이브즈에서 5경기를 뛰며 3골-1도움으로 동양 이글스의 독주가 예상됐던 리그 판도를 뒤집는데 1등 공신이 됐다. 박태환이 제니스 독립리그에서 뛰는 동안 동양 이글스는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왔다. 아시아리그로 선수를 대거 보내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에 박태환이 적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인빅투스 웨이브즈 김홍일 감독 역시 박태환의 프로 복귀를 위해서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동양 이글스에서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박태환의 합류로 동양 이글스는 선수 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하고 다시 리그 내 최강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프리 올림픽팀'으로 국가대표에 합류해 오프 아이스 훈련에 매진 중인 박태환은 13일 경기부터 동양 이글스 소속으로 출전하게 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