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결국 선수 놀음이다. 선수 기량 차이가 곧 팀 전력 차이다.
하지만 최근 K리그 선수 수준은 많이 평준화됐다. 각 팀간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우선 정상급 선수들의 해외 유출이 많다. K리그 베스트 11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베스트11에 선정된 선수는 모두 56명이다. 이 가운데 24명이 해외로 이적했다. 대표급 선수들의 행선지는 주로 유럽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 구자철(마인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A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유럽으로 이적했다. 원소속 구단으로서는 이들을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대승적인 차원'이라는 미명 하에 유출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중동이나 중국으로의 유출도 많다. 연봉의 클래스가 다르다. 중동은 오일머니, 중국은 재벌들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K리그에서보다 2~3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선수들을 쓸어담고 있다. 곽태휘(알 힐랄) 이근호(엘 자이시) 이명주(알 아인) 등 K리그를 주름잡고 있던 선수들은 중동으로 떠났다. 하대성과 데얀(이상 베이징 궈안) 김주영(상하이 둥야) 정인환(허난 젠예) 등은 중국팀에 입단했다. K리그 구단들로서는 손쓸 방법이 별로 없다. 최근 씀씀이를 많이 줄였다. 중동이나 중국 팀들이 선수들에게 제시하는 연봉을 맞춰주기가 힘들다.
유출이 많은 반면 유입은 줄어들었다. 우선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 예전에는 100만~200만달러 정도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K리그와 아시아무대를 평정했던 라데나 사샤, 나드손, 모따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라데나 사샤, 나드손, 모따 등의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300만~500만달러는 줘야 한다. 일선에서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 K리그로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함량 미달이 상당히 많다"는 말이 돌고 있다.
유망주들의 영입도 쉽지 않다. 유럽 축구가 인기를 끌면서 유망주들이 어린 시절부터 유럽으로 향한다. 이승우나 장결희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 등도 어린 시절부터 유럽으로 향한 케이스다. K리그 유스팀에서 크다가 유럽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손흥민(레버쿠젠)은 서울 유스에서 1년, 남태희(레퀴야)는 울산 유스에서 꿈을 키웠다. 작년 말에는 포항 유스인 황희찬이 오스트라이 잘츠부르크와 계약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한동안 시행됐던 K리그 드래프트도 유망주 유출을 부채질했다. K리그는 2006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했다. 연 평균 40명의 유망주가 일본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중 10~15%는 국내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었다. K리그 선수 유입 부족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나마 2016년 전면 자유선발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 유망주 영입에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K리그 챌린지의 확대도 선수 평준화 시대의 한 축이다. 예전엔 2군급의 선수들은 기량을 연마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2군 리그가 있기는 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가 출범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클래식 구단들의 경우 유망주를 챌린지로 임대해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대전에서 크게 성장한 임창우(울산)나 전북 출신으로 충주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석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챌린지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클래식으로 이적하는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 선수들 기량이 평준화되고 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