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LG전은 좀 달랐다. 두산은 그랬다.
7회 이후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졌던 두산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8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이현승이 투입됐다. 올 시즌 1군 첫 경기.
5-1로 앞서 있지만, 당연히 안심할 수 없었다. 적시타가 터지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1군 첫 경기를 클러치 상황에 등판한 이현승이었다.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는 첫 타자 한나한을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한나한이 초구 체크스윙을 했는데, 그대로 3루수 앞 땅볼로 연결된 행운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박용택을 중견수 플라이, 이병규(7번)를 삼진처리했다. 9회에도 등판, 선두 타자 양석환을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깔끔하게 노경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LG의 추격의지를 완벽히 꺾는 1⅓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투. .
그는 올 시즌 두산의 강력한 5선발 후보였다. 그도 간절히 원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을 대비, 모든 컨디션을 조절했다. 하지만 지난 3월20일 시범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왼손 중지가 골절되는 불운을 겪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재활 과정에서 오버 페이스로 인한 허리통증까지 느끼며 복귀 시기가 늦어졌다. 결국 두 달 이상의 공백이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현승이 찬 밥 더운 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는 9일 경기 전 "어떤 보직이든 가리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수조장으로서 이현승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팀의 투수력은 매우 불안하다.
여기에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최소 2주 이상 공백이 불가피하다. 선발 1자리가 비어있다. 이현승이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9일 경기력을 보면 팀 입장에서는 그를 필승계투조로 쓰는 게 더 유용할 수 있다. 두산 입장에서는 승부처에서 위기관리능력이 좋은 중간계투 카드가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함덕주 윤명준 노경은 등이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는 경험과 배짱은 입증되지 않았다. 그들과 비교할 때 이현승은 더욱 유용할 수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현승의 실전 투구와 결과를 본 뒤 그의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고민이 될 수 있다. 김태형 감독과 이현승 모두에게 그렇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