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중대한 결정이 있을까 관심을 모았던 KBO가 이사회를 통해 의미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바로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는 이후 5년간 국가대표로 차출될 경우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으로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들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병역혜택을 위해 국가대표로 뽑히고 싶어했던 선수가 정작 혜택을 받으면 이후엔 나몰라라 하는 것을 보며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일이 많았다.
병역혜택을 받았을 때 이후 5년간 국가대표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조항은 그래서 반갑다. 혜택을 받은만큼 더 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KBO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병역혜택이 있는 대회에 병역미필 선수가 참가할 땐 5년간 의무 참가에 대한 각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런 조항을 넣은 이유는 병역혜택이 걸려있지 않는 대회엔 선수들이 참가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괜히 대회에 나갔다가 부상을 할 경우 중요한 자신의 리그 경기에서 활약을 못할 수 있기 때문. 이젠 연봉을 많이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기에 국가대표의 명예보다는 돈이 중요해졌다. 물론 아직도 국가대표를 자랑스러워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WBC 1,2회 대회땐 좋은 성적을 냈다가 2013년 3회 대회땐 2라운드 진출도 못했던 것도 결국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말이 많았다. 1회 땐 4강에 오르자 병역혜택이 주어졌다. 2회 대회 땐 병역혜택이 없었지만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3회 대회땐 병역혜택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대회였다. 병역혜택이 있을 경우 미필선수는 병역혜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 이미 병역을 마친 선수들도 미필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다. 병역혜택이란 당근은 큰 힘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런데 5년간 의무 참가 조항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참가에 불응해도 받은 병역혜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제재를 가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조항을 넣고 각서를 받기로 한 것은 선수들에게 윤리적인 멍에를 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 "국가대표가 꿈"이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병역혜택을 받은 뒤 다음 국가대표에 발탁됐을 때 이를 부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거부할 때 팬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혜택만 받고 의무는 저버린 파렴치한 선수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국가대표팀이 꾸려질 때마다 이를 거부했던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는 창피함이 뒤따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참가해도 의욕이 없는 선수들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줄지에 대해선 다시 고민을 해야할 부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소집기간 동안 FA 일수에 포함시킨다는 동기부여가 있지만 이 때문에 더 열심히 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명예로 최선을 다해 뛰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