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살아났다. 첫 선발승보다 고무적인 건 그 내용이었다.
이재학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선발승이다. 6이닝 동안 단 85개의 공만을 던지면서 4사구 없이 5피안타 6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재학의 피칭은 적어도 지난해 만큼의 위력을 보였다. 사실 올 시즌 이재학은 떨어진 직구 구위와 밸런스 문제로 고전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난조가 거듭되면서 중간계투로 나서기도 했고, 그럼에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엔트리에서 말소되기에 이르렀다. 선발로 복귀한 지난달 14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20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했지만,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다시 2⅓이닝 무실점으로 부진했고, 2군에 내려가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에게 선발투수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걸맞은 이닝 소화력을 원했다. 선발진이 흔들리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크게 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이재학을 로테이션에서 빼면서까지, 정신력을 재무장하고 오길 바랬다.
이재학은 1군 복귀전에서 김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5이닝 3실점 정도만 해주면 좋겠다. 불펜도 쉬었고, 오늘 타자들의 모습도 좋다. 그 정도면 우리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야구가 말보다 어렵다는 게 3년 연속 10승이나 3할이 쉬운 게 아니다. 재학이도 2년 연속 10승을 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되서 야구를 앞으로 하는데 있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이재학은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김 감독이 기대한 수치를 훌쩍 뛰어넘어줬다. 선발투수로서 불펜진 운용에 숨을 틔워줄 수 있는 기준점, 6이닝을 채운 것이다.
더 놀라운 건 4사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 김 감독이 지적했던 지나치게 많은 볼넷과 투구수가 개선된 것이다.
또한 최고 142㎞의 직구를 거침없이 뿌렸다. 그동안 보여준 투구 밸런스 문제는 없었다. 직구 구위가 살아나자,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도 다시 배가됐다. 직구와 똑같은 팔각도에서 나와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이재학의 전매특허가 되살아났다.
이날 85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은 직구 49개, 체인지업 36개로 평소보다 직구 비율을 늘리면서 좋은 피칭을 펼쳤다.
자신감 있는 직구는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놀았고, 각도 큰 체인지업은 낮은 코스를 공략했다. 컨트롤에 흠잡을 데가 없었다. 2회와 4회, 한 차례씩 주자를 3루에 내보냈지만, 투구에 흔들림은 없었다. 6회 3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2실점한 게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복귀전에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살아난 직구와 개선된 컨트롤, 이재학은 시련 속에서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