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장신 공격수 고무열(25·1m85)에게 지난달 10일 성남전은 '악몽'이었다.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37분 거친 파울로 퇴장 판정을 받아 그라운드를 떠났다. 수적 열세에 몰리자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었다. 결국 승점 3점짜리 승부가 1점으로 바뀌었다. 포항은 성남에 후반 추가시간 2골을 허용하며 2대2 무승부에 그쳤다.
고무열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경기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퇴장당하는 바람에 경기가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잘못된 내 행동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반성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무열에게 채찍을 가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동 하나가 승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스스로 깨닫길 바랐다. 고무열은 직접 퇴장으로 지난달 17일 광주전과 25일 울산전에 결장했다.
자성의 시간을 통해 성숙해진 고무열이었다. 그는 "경기를 뛰지 못하는 동안 생각도 많이 했고, 팀에 미안했다. 그래서 출전 기회가 찾아온 뒤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7일 성남과의 시즌 두 번째 대결이었다. 고무열은 "성남전에서 퇴장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드시 보답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했다. 절실했다"고 강조했다. 고무열의 머리 속에는 '승리'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골이 필요했다. 올 시즌 고무열은 앞선 9경기에서 무득점에 허덕였다.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오른발목 수술로 인한 재활이 길어졌다. 그라운드 복귀를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100%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강행했다. 그러나 마음과 실전은 틀렸다. 그래도 빠르게 감각을 끌어올리던 고무열은 성남전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페널티박스에서의 재치있는 슈팅이 두 차례나 골망을 흔들었다. 팀의 2대0 완승을 이끌었다. 고무열은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최근 3경기 연속 출전으로 지쳐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떤 경기보다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무적인 것은 점점 향상되고 있는 제로톱 자원인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 모리츠와의 호흡이다. 고무열은 후반 15분 모리츠의 상대 뒷 공간 침투패스를 받아 멋진 오른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고무열은 "모리츠가 이제 경기도 많이 뛰면서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모리츠가 전방으로 찔러주는 킬패스는 비교적 정확하게 잘 들어온다. 스타일도 제로톱과 잘 맞는다"며 칭찬했다.
"부족한 점 투성인 선수"라고 자평한 고무열의 이번 시즌 목표는 '헌신'이다. 그는 "개인 목표보다 팀에 좀 더 도움이 되고 싶다. 매 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뛰고 싶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