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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수밖에 없는 박주영의 부활, 태풍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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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는 무너졌다.

'의리', '따봉' 논란의 중심이었다. 최악의 성적에 그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2010년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축구 올림픽 동메달(2012년 런던올림픽) 등 그동안 쌓은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먼 길을 돌았다. 그는 3월 '프로 고향'인 K리그에 안착했다.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왕년의 활약을 다시 선보일 지도 물음표였다.

석 달이 흘렀다. '박주영(30) 효과'에 FC서울이 드디어 춤을 추고 있다. '절대 1강' 전북도 올 시즌 안방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박주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44분 왼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정조국의 패스를 받은 그는 상대 선수 1명을 따돌린 후 드리블하다 지체없이 왼발 슛을 날렸다. 볼은 상대 수비수 맞고 굴절된 후 그대로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은 박주영의 골을 앞세워 전북을 2대1로 제압하며 물리치며 최근 2연승,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를 질주했다. 3연패에다 슈퍼매치에서 1대5로 대패한 리그 초반의 암울한 과거는 모두 잊혀졌다.

박주영의 현재 컨디션은 90% 이상 올라왔다.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3월 복귀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볼 속도에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선 완패했다. 설상가상 무릎에 이상이 왔고, 심적 고통도 심했다. 쉼표가 불가피했다.

박주영은 지난달 16일 전남전에서 복귀했다. 4경기 만의 엔트리 재승선이었다. 한 달전과는 다른 선수가 됐다. 첫 필드골을 터트리며 재시동을 걸었다. 울산-인천-전북, 3경기 연속 선발 출격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그는 진화, 또 진화됐다. 볼키핑력이 향상됐다. 볼을 잡으면 버티는 힘이 생겼다. 드리블 속도도 빨라졌다. 슈팅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전북전 골 의미는 더 특별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승부처는 후반이었다. 서울은 전반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0-0으로 전반전이 끝날 경우 전북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었다. 박주영이 서울의 물꼬를 텄다. 후반 11분 또 다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된 뒤였다. 하지만 수비라인을 한 방에 허무는 움직임은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이동국(35)과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완승했다. 이동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출전했다. 박주영과 이동국,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K리그의 양대 축이다.

이날 K리그에서 2006년 3월 19일 이후 9년 만에 적으로 다시 만났다. 이동국은 포항 시절 박주영과 3차례 대결했다. 박주영의 완승이었다. 2승1무에다 3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무승, 무득점이었다. 반전의 틀은 마련했다. 이동국은 이날 후반 27분 만회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박주영은 이동국과의 상대전적에서 3승1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박주영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정조국과의 투톱은 강력한 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경기를 계속 뛰다보니 감각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를 뛰면 감각은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감각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박주영과 함께 서울의 뜨거운 여름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