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여전히 허약하다.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대전 3연전에서 다시 한번 입증된 사실. 3경기에서 모두 선취득점을 올렸지만, 정작 따낸 승리는 1승 뿐이다. 5일과 6일에 연패를 하다가 간신히 7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kt는 이번 3연전을 통해 '1승'보다 더 큰 수확을 거뒀다. 있다. 바로 '차세대 마무리'감로서 투수 김재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150㎞를 넘는 강속구를 예사로 뿌려대는 김재윤의 패기넘치는 투구는 반복되는 패배에 위축된 kt 선수단에 쏟아진 한줄기 단비였다.
김재윤은 6일과 7일에 연속 등판했다. 6일에는 팀이 4-3으로 앞선 6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 나와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여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만루 상황에서 이종환에게 내야안타, 강경학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3명의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지만, 앞선 고영표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사실 수비의 도움이 있었다면 3점까지 내줄 상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6-4가 된 1사 1, 2루에서 정근우와 김태균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정근우는 슬라이더(시속 131㎞)로 잡았고, 김태균은 147㎞의 묵직한 돌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 두 장면에서의 김재윤은 마치 현재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의 수호신이 된 '돌부처' 오승환을 연상케 했다. 근육질의 단단한 체구와 표정변화 없는 얼굴. 그리고 한화의 간판 타자를 앞에 두고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 무엇보다 박력있는 투구폼에서 나오는 묵직한 '돌직구'까지. 오승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7일에도 김재윤은 인상적인 투구로 팀 승리의 버팀목이 됐다. 3-2로 앞선 5회말 2사 1루에서 나온 김재윤은 2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2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김재윤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kt는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어려웠다. 비록 7회 2사 후 김태균과 최진행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다행히 뒤를 이은 마무리 장시환이 대타 이종환을 삼진으로 잡아 김재윤의 호투를 지켜냈다.
사실 김재윤은 아직 '완성'과는 거리가 먼 투수다. 심지어 본격적으로 투수가 된 지도 불과 5개월 밖에 안된다. 원래 포수였다가 지난 1월부터 투수로 전환했다. 그런 김재윤이 현재 kt 1군 엔트리에서 150㎞가 넘는 공을 뿌려댄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고무적인 점은 앞으로 김재윤이 훨씬 더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점.
일단 어깨나 팔꿈치 상태가 싱싱하다. 워낙 포수 출신이어서 투수 출신에 비해 공을 많이 안던졌기 때문. 150㎞의 강속구도 이래서 가능했다. 게다가 타자와의 수싸움에도 능하다. 조 감독은 "아무래도 포수 출신이다보니까 볼카운트와 타자의 습성 등을 마운드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들어간다. 승부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종속도 좋은 편이다. 이 역시 포수를 했던 경험 덕분. 조 감독은 "포수들은 순간적으로 앉은 상태에서 2루에 공을 뿌리기 위해 공에 회전을 많이 주게 된다. 간결한 폼으로 빠르고 정확히 던지기 위해서 그렇게 가르친다. 김재윤도 그래서 손목과 손가락 끝의 힘이 좋다. 자연스럽게 공에 많은 회전이 걸려 종속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아직 일부분이다. 분명 좋은 장점이 있지만,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조 감독은 "지금은 가능성만 보인 상태다. 아직 제대로 투수를 하고 있다고 볼 순 없다"면서 "하지만 올 시즌을 마치고 보다 본격적인 투수 수업을 받는다면 마무리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김재윤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