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60만엔, 6개월 계약. 우리 돈으로 3220만원 쯤 된다.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한국 프로야구 최저 연봉 2700만원 보다 조금 높은 액수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의 선수 평균 연봉은 3811만엔(약 3억4600만원). 최고 연봉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6893만엔(약 6억2600만원)이다. 그런데 평균연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초저가연봉선수의 활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화제다. 더구나 일본 선수가 아니라 외국인 선수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왼손타자 미치 데닝(27)이 주인공이다.
데닝은 7일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인터리그 지바 롯데 마린스전에 6번-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7회말 만루 홈런을 터트려 8대4 승리를 이끌었다. 팀 승리를 이끈 결승 홈런이었다.
호주 국적의 외야수 데닝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건너온 선수가 아니라, 일본 독립리그인 BC리그(베이스볼 챌린지) 니가타 출신이다. 야쿠르트는 지난달 말 기존의 외국인 타자 래스팅스 밀리지가 얼굴을 다쳐 전력에서 빠지면서 데닝을 영입했다. 6월 초 합류가 예정돼 있었는데 일주일 앞당겨 5월 25일 계약했다. 인터리그 개막에 맞춰 프로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6개월 계약에 연봉 360만에. 월급으로 따져보면 60만엔 정도인데, 니가타 시절 연봉 30만엔보다 두 배 많다.
만루 홈런을 때린 사연이 재미있다. 니가타 때 사용했던 배트는 NPB(일본야구기구)리그 공인 제품이 아니라서 사용할 수 없었다. 팀 동료인 모리오카 료스케의 방망이를 썼는데, 1~3번째 타석에서 뜬공에 그쳤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 10g 무거운 배트를 들고 나가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야쿠르트 소속으로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8리, 2홈런, 9타점. 득점권 타율이 3할(10타수 3안타 1홈런)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리그 팀에서 관심을 보이고 했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공하고 싶어 일본에 남았다고 한다.
1988년 생인 데닝은 2005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해 레드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호주리그에서 뛰었다. 2013년 시즌 중간에 BC리그 니가타에 입단했다. 2009년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 대표로 출전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