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프로야구 리더보드에 낯선 얼굴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잠재력은 알지만 이정도까지 치고 올라올 줄은 몰랐다. 팀도 팬들도 놀라고, 본인도 놀란다. 홈런 1위 강민호(롯데), 타점 1위 이호준(NC), 타격 1위 유한준(넥센), 안타 2위 박병호(넥센), 병살타 3위 정근우(한화), 볼넷 2위 최준석(롯데), 평균자책점 1위 양현종(KIA), 다승 2위 해커(NC). 모두 시즌개막을 앞두고 머릿속에 떠올렸던 인물들은 아니다.
강민호는 지난 7일 KIA전에서 19호 홈런을 때렸다. 삼성 나바로, NC테임즈와 함께 홈런 공동선두다. 엄청난 파워의 테임즈, 큰스윙을 구사하는 나바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강민호는 수비 부담이 큰 포수다. 홈런 뿐만 아니라 타율 0.341(7위), 54타점(3위) 모두 놀랄만한 수치다. 1년전 '먹튀'는 옛말이 됐다. 불혹 이호준의 타점레이스로 타자 은퇴연령은 재고되고 있다. 62타점에서 6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7일 삼성전에서 2타점을 더하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유한준은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되지만 'FA 직전 반짝설'로는 타격 전부문을 석권하다시피하고 있는 '몬스터 유한준'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본인은 타격에 대한 개념 접근을 약간 바꿨다고 하는데 성적은 천지개벽 수준이다. 타율 0.392로 2위 테임즈(0.360)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의 최다안타 2위도 의미있다. 컨택트 능력을 타고난 이용규(한화)가 78안타로 1위, 박병호가 75안타로 2위다. 발이 느려 내야안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타격 부문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정근우의 병살타 부문(상을 주는 타이틀은 아니다) 3위다. 병살타 1위는 김상현(kt)로 11개다. 롯데 황재균이 9개로 2위, 정근우가 롯데 정훈 넥센 윤석민 등과 나란히 8개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교타자로 알려진 정근우인데 올해는 극심한 타격부진(타율 0.238)에 병살타 상위랭커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눈칫밥에 배가 터질 지경이다. 거포 최준석의 인내력도 '요건 몰랐지'다. 볼넷이 49개로 1위다. 2위는 나바로로 41개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 선두는 반전을 넘어 오기발동 수준이다. 평균자책점 1.48로 2위 린드블럼(롯데, 3.09)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1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이다. 이정도면 '커쇼 급'이다. 특히 양현종은 평균자책점으로 늘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6승(8패)을 했어도 평균자책점이 4.25였다며 평가절하됐다. 2010년에도 16승을 했지만 역시 평균자책점은 4.25였다. 메이저리그 도전때도 팬들은 '다른 것 모르겠고, 평균자책점을 봐'라고 했다. 양현종의 이전 평균자책점 최고치는 2013년 3.10이다. 개인타이틀이 없고 2010년과 2014년 다승 2위가 최고인 양현종의 생애 첫 수상도 점쳐진다. 해커도 예상을 뛰어넘긴 마찬가지다. 7승2패로 다승 2위. 지난시즌 NC는 해커를 두고 막판까지 재계약 고민을 했다. 결국 에이스 찰리는 100만달러에 재계약을 했고, 해커는 그 절반인 50만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찰리는 퇴출됐고, 해커는 팀의 1선발 대접을 받고 있다. 다만 변수는 해커의 '얼리 스타터' 스타일. 해커는 지난해 6월 17일까지는 파죽의 8연승을 내달렸지만 이후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8패를 떠안았다. 극과극을 오가는 행보였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좋은 조짐이다. 지난해 다소 낯선 투구폼에 타자들이 현혹됐다가 이후 적응했는데 올해는 투구폼을 읽혔는데도 호투가 이어지고 있다. NC 내부에선 해커의 단단한 마음가짐과 부단한 노력을 성공열쇠로 판단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