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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핫코너'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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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뜨거운' 관심구단의 가장 '뜨거운' 수비 지역. 하지만 명확한 주인은 없다. 과연 한화 이글스의 '핫코너', 3루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내야 수비에서 3루는 '핫코너'라고 불린다. 가장 빠른 스피드의 타구가 자주 날아오기 때문에 '핫코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3루를 책임져야 한다. 3루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데미지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

뒤쪽은 바로 좌측 외야와 파울존이 있어서 타구가 빠지면 장타가 되기 쉽다. 또 1루와의 거리가 내야에서 가장 멀어 송구도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게다가 민첩한 타구 판단 능력을 요구한다. 주자와 아웃카운트, 타구의 질을 순간적으로 판단해 송구 선택을 잘 해야 하는 위치다. 3루수의 판단이 느리거나 올바르지 못하면 한 순간에 팀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화는 명확한 3루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상 등의 변수에 의해 내야진의 구성이 상당히 변칙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모습이 최선이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기본적으로 올해 한화의 주전 3루수는 김회성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일찌감치 낙점됐다. 김회성의 타격 자질을 높이 평가한 김성근 감독은 그를 고정적으로 출전시키면 장거리형 타자로서의 위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주전 3루수로 3할에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친 송광민을 외야로 전환하는 강수까지 두면서 김회성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감독의 입장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카드이긴 하다. 잘만 되면 두 명의 중장거리형 타자를 동시에 타순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런 계획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송광민은 낯선 외야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내 자리를 갑자기 잃어버렸다'는 식의 심리적 상실감이 더 컸다. 게다가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면서 송광민은 1군 무대에서 금세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여기까지는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 송광민이라는 선수의 재능이 아쉽긴 하지만,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악재다. 김회성이 '3루수'로서 그 빈자리를 충분히 커버하면 된다. 하지만 '3루수'로서 김회성의 역량이 송광민을 대체할 정도가 아니라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김회성은 분명 성실하고, 거포로서의 자질이 뛰어난 선수다. 기회를 얻은 올해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수비력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볼 핸들링과 송구력, 그리고 무엇보다 민첩한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히다. 같은 주자 상황이더라도 타구의 질과 경기 분위기에 따라 송구의 방향을 홈이나 2루, 1루로 재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많은 장면에서 김회성은 이 프로세스가 늦다. 좀 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결국 백업 요원인 주현상이 선발 3루수로 더 많이 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김회성이 가장 많이 선발 출전한 포지션은 3루수가 아니라 오히려 1루수다. 5일까지 30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주현상은 3루수로 31번 나갔다.

물론 이런 현상이 단순히 김회성의 수비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주전 1루수인 김태균이 허벅지 햄스트링 때문에 5월10일 이후 수비에 나서지 못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김회성이 대신 1루에 나가고, 주현상이 3루를 맡았다. 적어도 3루 수비에 관해서는 주현상이 김회성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게 이 기간에 입증됐다.

하지만 김태균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재에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김태균이 1루수를 다시 맡게된다면 3루는 누가 맡아야 할까. 현재로서는 김회성의 복귀가 확실시된다. 주현상은 다시 백업요원으로 대기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구도에서는 '핫코너의 수비력 약화'라는 문제를 안고갈 수 밖에 없다. 김회성의 수비력이 하루아침에 일취월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송광민은 점점 '장기부상자'에서 '잊혀진 선수'로 퇴색 되어가고 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