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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빠진 수원, '기회'잡으려다가 유현에게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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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 날 펼쳐진 인천과 수원 경기의 키워드 단연 '염기훈 공백'이었다.

염기훈은 지난 주중에 열린 가시와 레이솔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도중 옆구리 타박상으로 부상자 리스트에 올랐다.

수원의 리더 염기훈은 올 시즌 '핫플레이어'다. 그동안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8골-13도움을 한 그를 빼놓고 수원 축구를 논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주전 멤버의 잇단 부상으로 막막해진 서정원 수원 감독으로서는 FA컵, ACL 실패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에 그의 공백이 너무 뼈아프다. 반면 지난 3월 수원과의 시즌 첫 경기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염기훈의 결승골에 당했던 김도훈 감독에게는 큰 부담 하나 던 셈이었다.

그래서 양 팀은 '기회'와 '중원싸움'을 공통 화두로 던졌다. 서 감독은 "한 시즌에 이런 (위기의)시기는 두세 번 찾아오는데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면서 미드필더 5명을 일일이 거명하며 강하게 압박하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상대의 중원 싸움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우리도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대응하고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다. 3연승 이후 전북전 패배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며 7경기 연속 무패의 기운 회복을 위한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기회'는 냉혹했다. 양 팀은 5월 3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서 1대1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살짝 웃은 쪽은 선두 전북이 패한 가운데 원정 승점을 챙긴 수원이었다.

▶수원, '시작은 좋았는데…'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이겠다는 인천 김도훈 감독의 예고와 달리 초반 주도권은 수원이 잡았다. "우리도 그렇지만 뛰는 양이 많은 인천 미드필드도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서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듯 했다. 수원의 유일한 공격수 정대세를 중심으로 고차원-서정진이 측면에서 받치고 그 밑선에서는 권창훈 이상호 조지훈 양상민 신세계가 라인을 부쩍 끌어올렸다. 인천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전북전(0대1 패)에서 상대선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몰렸던 양상과 비슷했다. 볼 점유율이 전반 15분까지 60대40, 30분까지 51대49란 수치에서도 수원의 기선제압을 잘 알 수 있다. 수원은 수세에 몰린 인천의 허점을 제대로 공략했다. 전반 31분 아크 정면에서 인천 미드필더 김원식의 파울로 프리킥을 얻었다. 판정이 다소 애매했지만 결국 양상민의 절묘한 왼발 프리킥 선제골로 이어졌다. 한데 이게 웬걸. 수원은 후반 35분이 지나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인천이 오히려 수비라인을 센터서클까지 끌어올리면서 팀컬러 '늑대'처럼 야금야금 몰아가기 시작했다.

▶아쉽다 '염기훈!' 장하다 '유 현!'

전반까지 수원은 염기훈의 공백을 찾아보길 힘들 정도로 측면과 중앙에서의 경합으로 아쉬움 없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후반이 시작되자 뒤집혔다. 인천은 후반 초반 62대38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먹잇감을 포착한 늑대 본성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전반에 분투하느라 힘을 뺀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서 감독은 "후반에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원의 핵심 염기훈이 없으니 인천 의 압박 강도는 더 강해졌다. 수원은 인천의 공세에 맞서 간간이 역공을 펼쳤지만 해결사 염기훈이 그리운 장면만 자꾸 나왔다. 인천의 거세진 압박은 후반 9분 동점골로 이어졌다. 케빈이 헤딩으로 떨궈준 패스를 받은 조수철이 상대 골키퍼의 역동작을 이용해 오른발로 여유있게 왼쪽 골그물을 갈랐다. 이후 양 팀은 공격자원을 연이어 투입하며 결승골 사냥에 나섰지만 박진감만 선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수원은 인천 주장 골키퍼 유 현의 선방에 아쉬움을 삼켰고 인천은 유 현에게 "장하다"를 외쳤다. 유 현은 전반 24분 수원 정대세와 고차원의 연이은 슈팅은 물론 후반 43분 정대세와의 1대1 상황에서도 강슛을 막아내는 등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김 감독은 "경기 흐름이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을 잘 막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