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광복 70주년이다. 숫자 70의 의미도 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 없는 지금 일본 정치인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올해 광복의 의미를 더 되새기게 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애국'이라는 테마속에 여정을 꾸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미리 보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주제 아래 2015년 6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몇 군데 의미있는 여행지를 추천했다.
'안락한 쉼터에서 선열의 뜻 새기다, 천안 독립기념관(충남 천안)',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광복의 꿈, 망우리공원(서울특별시)',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중심,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대구광역시)', '의(義)를 행한 안동의 선비들을 만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경북 안동)', '지주와 일제에 맞선 소작쟁의의 현장, 암태도(전남 신안)', '한국전쟁 시기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부산 임시수도기념관(부산광역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역사의 순간, 합천 영상테마파크(경남 합천)' 등 7곳이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안락한 쉼터에서 선열의 뜻 새기다, 천안 독립기념관(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삼방로)
독립기념관은 충남 천안의 대표적 들러볼만 한 곳이다. 애국선열의 자주독립 의지를 고취하는 뜻깊은 유적인 동시에, 가족 여행객에게는 안락한 쉼터이다. 기념관에는 애국정신을 배우는 전시물과 더불어, 신록이 우거진 곳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숲길 코스가 갖춰졌다. 겨레의 집과 태극기 한마당 등이 독립기념관의 주요 상징이며, 7개 전시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국난 극복사와 각지에서 펼쳐진 독립운동 등을 시기별로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을 에워싼 숲길은 시원한 산책 공간이며,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 부재 전시공원 등 외부전시물 또한 인상적이다. 독립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병천순대거리로 알려진 아우내장터와 유관순열사사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구도심 미나릿길 골목 벽화마을도 천안의 추억을 되살리는 명소다. 독립기념관(041-560-0114)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광복의 꿈, 망우리공원(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서울 중랑구 소재 망우리공원은 독립운동가와 유명 인사들이 묻힌 의미 있는 장소다. 공원 안 순환도로를 따라 약 5km 이어진 '사색의 길'은 이들의 묘역을 두루 거친다. 숲길을 천천히 걷는 동안 독립 열사들의 연보비와 묘역을 차례로 지난다. 방정환과 한용운, 조봉암 선생 등 길가에 인접한 묘역도 있어 잠시 들러 묵념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망우리 뮤지엄'을 이용하면 훨씬 풍부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망우리공원 산책 후 발걸음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것도 괜찮은 연계 코스다. 경복궁 주변에 조성된 '태극기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고, 경복궁 맞은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들르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광복을 위한 노력부터 대한민국이 탄생한 과정과 성장-발전해온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전시 되어 있다. 현재 광복 70주년 기념 '울림, 안중근을 만나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인근 서대문형무소역사관도 찾을 법하다. 지하 고문실과 감옥, 사형장 등이 그대로 복원된 독립운동 역사의 장이다. 서울시청 어르신 복지과(02-2133-7430)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중심,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관(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를 거론할 때 중요한 대목 중 하나가 국채보상운동이다. 국민의 힘으로 국채를 갚아 국권을 지키자는 운동으로, 1907년 1월 29일 서상돈이 발의하여 전국으로 확산됐다. 대구 중구에 자리한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곳으로, 국채보상운동의 태동에서 확산, 일제의 탄압과 좌절까지 살펴볼 수 있다. 서상일과 대구구락부 회원 등 대구의 독립운동가들이 민중과 청년을 계몽하고, 민족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지은 조양회관, 민족시인 이상화와 서상돈의 고택 등 독립운동 관련 유적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연계관광지로 인근 경북 칠곡 여행도 괜찮다. 칠곡은 '호국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전쟁 관련 유적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산산성은 치열한 한국전쟁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다행히 성벽과 문 터가 소실되지 않고 남아 당시의 상황을 전해준다. 이즈음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좋다. 대구광역시청 관광과(053-803-6511)
▶의(義)를 행한 안동의 선비들을 만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경북 안동시 임하면 독립기념관길)
안동 선비들에게 독립운동은 의를 행하는 유교 정신의 실천이었다. 따라서 독립운동 유공자도 유독 많다.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대를 이어 독립운동에 헌신한 집안이 많고, 가산을 정리한 뒤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 양성에 이바지한 선비들도 있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51년에 걸친 안동 지역의 항일운동과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애국 계몽 운동의 토대를 마련한 협동학교의 옛 모습도 둘러볼 수 있다.
안동 임청각은 이상룡을 비롯해 독립운동 유공자 9명이 태어난 조선 중기의 고택이다. 유교문화박물관은 안동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정신적 뿌리가 된 유교 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비도 만나보자.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054-823-1555)
▶지주와 일제에 맞선 소작쟁의의 현장, 암태도(전남 신안군 암태면 장단고길 /암태면 주민센터)
목포에서 서쪽으로 28.5km. 전남 신안의 암태도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소작쟁의이자 한국 농민운동사에 길이 남을 암태도 소작쟁의가 일어난 현장이다. 식민지 지주와 일제의 수탈에 맞서 강고한 단결력을 보여준, 그리하여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자랑스러운 항쟁의 역사가 암태도 소작인항쟁기념탑과 의사 서태석 선생 추모비, 암태도 농민항쟁사적비에 아로새겨졌다.
드넓은 논밭과 저수지가 펼쳐져 섬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이곳은 어민보다 농업 인구가 훨씬 많다.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암태도 오도선착장까지 뱃길로 25분 거리. 바로 위의 자은도, 아래의 팔금도, 안좌도와 모두 연도교로 이어져 네 섬을 한꺼번에 여행할 수 있다. 자은도는 여름철 해수욕장이, 팔금도는 고려 시대 삼층석탑이, 안좌도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유명하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061-240-8356)
▶한국전쟁 시기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는 부산 임시수도기념관(부산광역시 서구 임시수도기념로)
부산에는 한국전쟁과 전후 암울했던 우리의 삶을 엿볼 만한 여행지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임시수도기념관이다. 본래 1926년 경남도지사 관사로 지어진 건물인데, 부산으로 내려온 이승만 대통령이 3년 동안 관저로 사용했다. 건물 내부에는 대통령이 외교 업무를 하던 응접실,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던 내실, 서재, 거실, 식당, 부엌 등을 당시 구조와 분위기 그대로 꾸며 놓았다.
대청산 자락 중앙공원에 자리한 부산광복기념관은 부산의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보여주는 학습장이다. 1950년 태극도 교주와 신도들이 집단 이주해 형성된 감천문화마을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과 허름하고 낡은 계단식 주택에 예술 작품이 더해져 여행자의 사랑을 받는다. 산동네를 따라 난 산복도로는 드라이브 코스와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인기가 높고,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 꽃분이네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임시수도기념관(051-244-6345)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역사의 순간, 합천 영상테마파크(경남 합천군 용주면 합천호수로)
경남 합천에 자리한 영상테마파크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촬영 세트장이다. 드라마 '각시탈' '경성 스캔들', 영화 '마이 웨이' '모던 보이'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포화 속으로', 드라마 '전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의 흔적을 따라가거나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합천 읍내를 가로지르는 황강은 합천의 젖줄이다. 황강을 중심으로 신라 시대 대야성이 있던 매봉산에는 연호사와 함벽루가, 황강 건너편에는 정양늪생태공원이 있어 수려한 강변과 늪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대장경테마파크는 세계유산인 해인사장경판전, 세계기록유산인 해인사대장경판과 제경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곳으로, 해인사소리길과 함께 꼭 들러야 할 곳이다. 합천군청 관광진흥과(055-930-4666)<자료 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