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강민호의 방망이가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강민호는 24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10대3 대승을 이끌었다. 23일 LG전에서도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3연전 위닝시리즈 달성의 선봉에 섰다.
벌써 15홈런이다. 개인 커리어하이가 2010년 23홈런이다. 지금 추세라면 커리어하이 돌파는 시간 문제. 롯데가 46경기를 치러 아직 98경기가 남아있다. 현재 홈런에 3배수만 해도 45홈런이다. 물론,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계산이지만 그만큼 강민호의 페이스가 뜨겁다는 것은 반증한다.
홈런 뿐 아니다. 타율도 3할2푼6리로 고타율이다. 타점도 39개. 3할-30홈런-100타점 페이스다. 이 기록을 달성한다면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날 수 있다. 역대 포수 중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없다.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 꽤 잘치는 포수로 평가받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기에 지난 2시즌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포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거액 FA 계약을 맺었지만 몸값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타율 2할2푼9리 14홈런 40타점)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강민호는 끝났다"라며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강민호의 이런 반전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강민호의 대변신, 팀에 새로 부임한 장종훈 타격코치와의 만남이 결정적 포인트였다.
▶강민호가 말하는 장종훈 코치
강민호는 장 코치에 대해 "전설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아니신가. 그런데 코치님 지도를 받으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보통 야구를 잘한 스타 출신 지도자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려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장 코치는 강민호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 시시콜콜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수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 스타일을 살려주기 위해 조용히 지켜본다. 강민호는 "선수들이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마음을 갖는지 굉장히 잘 알아주신다. 찬스에서 타석에 나서기 전 기술적 조언을 해주시지 않고 긴장을 풀어주시는 식이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그냥 손놓고 선수들을 바라만 보는게 아니다. 전날 타격 훈련을 했으면, 그 다음날 지나가다 한마디 툭 던지는 스타일. 강민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딱 한 마디 하셨다. '나오면서 쳐'였다. 코치님의 이 한 마디가 나를 살렸다"고 했다.
강민호는 '강풍기'라는 좋지 않은 별명을 갖고있다. 그만큼 헛스윙 삼진이 많았다는 뜻. 강민호는 "사실 지난 시즌 변화구 노이로제에 걸렸을 정도였다. 상대가 변화구를 던질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가고 있었다"고 말하며 "변화구를 신경쓰다보니 지나치게 무게중심을 뒤에 둔 스윙이 됐다. 그러니 타구에 힘이 실리겠나. 그 포인트를 짚어주신 것이다. 공을 맞히며 몸이 앞으로 힘을 실어줘야 타구가 날아갈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렇게 스탠스를 좁히고, 공을 끝까지 보며 타격 순간 강력한 힙턴으로 비거리를 늘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절대 서두르는 스윙이 아닌, 공을 기다리지 않고 만나러 가는 스윙. 강민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이 스윙에 대한 감을 잡았고 조심스럽게 "부활할 수 있다. 지켜봐달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강민호는 "장 코치님께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종훈 코치가 말하는 강민호
장 코치에게 "장종훈 덕에 강민호가 살아난 것 아닌가"라고 하자 손사래를 친다. 장 코치는 "민호가 즐겁게 야구를 하는게 눈에 보인다. 마음이 즐겁고 편하니 야구가 잘되는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자세를 낮춘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 장 코치는 조심스럽게 강민호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장 코치는 "지난해 다른팀(한화 이글스)에서 상대 민호를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장 코치는 "쉽게 말해서 하늘로 공을 날리고 있었다"고 했다. 강민호가 말한 부분이다. 변화구를 의식해 무게중심을 너무 뒤에 두니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에서 타격이 되고 공이 높게 뜨기만 한 것. 장 코치는 "자질은 엄청난 타자인데 계속 안좋은 스윙을 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웠다. 하지만 롯데에서 인연이 되며 민호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난 공을 맞히러 나가야 된다는 얘기만 해줬고, 민호가 스스로 새 타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장 코치는 프로야구에서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다. 91년 타율 3할4푼5리 35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대타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제자 강민호가 전설 장 코치의 계보를 잇는 3할-30홈런-100타점 타자가 될 수 있을까. 장 코치는 "올시즌 민호의 30홈런은 충분히 가능하다. 타율, 타점 기록도 마찬가지"라고 힘줘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