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learn, 여학생 체육 활성화 캠페인을 시작하며]
2014년 초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운동한다는 10대 여학생들은 20.6%였다. 생활체육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70%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교육부 지정 학교스포츠클럽 리그운영 지원센터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초중고 여학생 93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6%가 '체육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67.7%는 '체육수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10대 여학생들의 70%가 운동의 중요성을 알고, 운동을 좋아한다는 결과는 '역설'이지만, '희망'이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4월말부터 4주간 '여학생 체육' 현장 집중취재에 나섰다. 10개의 초, 중, 고등학교를 돌아봤고, 학교 현장에서 만난 228명의 여학생, 20여 명의 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대면 인터뷰 및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여학생 체육'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10회에 걸쳐 'Run&learn, 땀 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여학생 체육 활성화 캠페인 시리즈를 연재한다.
▶왜 여학생 체육인가: '달리면서 배운다(Run & learn)'
대한민국 여성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지만, 여성의 지위는 최하위권이다. 지난 3월 '여성의 날'을 맞아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여성의 사회참여와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대상국 28개국 중 최하위였다.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9개 항목을 점수로 매긴 결과 100점 만점에 고작 26점에 그쳤다. 전체 평균 60점에도 한참 못미쳤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37%)도 OECD 평균치(16%)의 2배가 넘었다.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고작 2%, 1위 노르웨이는 39%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년 '젠더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도 대한민국은 142개국 중 117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대학진학 비율 등으로 본 교육수준은 단연 1위다. 각급 학교에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성적면에서 우월하다. 사법, 행정, 외무고시의 여성 합격률은 20년 새 6%에서 44%로 급상승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여학생들을 학교와 가정에 묶어두지 않고, 사회의 건강한 리더로 성장하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랜 과제다. 유리천장을 뚫고 리더로 자라는 데 필요한 도전정신, 리더십을 기르는 데, 학교체육은 최상의 솔루션이다. '달리면서 배운다(Run & learn).' 최근 정부는 '아동의 놀 권리'를 발표했다. '여학생의 달릴 권리' 역시 필요하다. 교실에서 당당한 여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더 당당하게 뛰놀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때부터 '양성평등' 체육의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축구, 농구 등 팀 스포츠는 그 자체로 사회와 인생의 축소판이다. 공은 둥글다. 스포츠를 통해 이기고, 지는 법을 배운다. 규율을 지키는 법, 판정에 승복하는 법,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협동하는 법을 배운다. 스포츠는 매순간,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순발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땀은 물보다 진하다. 함께 땀을 흘린 친구 사이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끈끈한 우정과 의리가 싹튼다. 한발 더 뛰고 희생, 헌신하는 '원팀(one team)'의 정신을 배운다. 남자들과 나란히 공을 차고, 경쟁하며 당당한 여성으로 자란다. 여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요가, 스포츠댄스, 필라테스 등 정적인 개인운동, 실내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다양한 운동의 경험은 강한 체력과 강한 정신을 심어준다. 여학생들의 장점인 소통과 공감 능력을 이끌어내고, 리더로서의 자신감과 야망을 북돋운다. 진정한 '알파걸'은 공부만 잘하는 여학생이 아니다. 리더십과 포용력, 적극성, 인성을 두루 갖춘 건강한 여학생이라야 건강한 리더로 성장한다.
▶여학생 체육의 골든타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Now or Never)'
박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 2015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우 오어 네버(Now or Never,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제목을 인용했다. 국가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여학생 체육 패러다임의 혁신' 역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수차례 학교체육, 여학생 체육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피력했다. 역대 정부 가운데 '학교체육'을 공식적인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독려한 것은 현 정부가 처음이다.
지난 4주간 현장에서 만난 행정가, 정치인들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취지는 물론, 지금이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는 데 100% 공감했다. '여성' '체육'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현 정부가 아니면 안된다는 공감대다.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께서 체육에 관심이 많으시다. 본인의 건강 역시 학교 때부터 몸에 밴 운동 습관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태릉선수촌장 출신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대통령만큼 스포츠를 사랑하고, 학교체육에 관심을 가진 분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학교체육 활성화는 국정과제에 정확히 명시돼 있다. 대선 공약 중 10% 정도만 국정과제가 되고, 국정과제는 반드시 실적 보고를 해야 한다. 그만큼 현 정부의 학교체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 대통령인 내가 인종차별 개선의 증거'라고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양성평등의 증거다. 여성에 대해 작은 부분에서라도 차별과 소외가 있었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역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큰 관심이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체육인 진로, 스포츠과학, 스포츠 산업에 이르는 전영역에 포괄적인 관심을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야당의원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지난달 한국여성체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박 대통령은 해방 이후 대통령중 처음으로 학교체육과 여학생 체육을, 그것도 서너번이나 언급했다. 당은 다르지만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스포츠 양성평등법 제정, 학교체육진흥법 개정 등 여학생 체육의 제도적 개선에 대한 국회 및 정부, 학계의 논의도 활발하다. 교육부 역시 여학생 스포츠클럽 활성화 및 여학생 특화 프로그램 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과제로 채택된 후 3년째, 여학생 체육에 대한 수많은 화두와 목소리들이 학교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 염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킬 '마중물' 역할을 하려 한다. Now or Never,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