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신생팀을 맡고 나서 또 한 번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신인투수들의 몸상태다. 아마추어 시절 혹사로 인해 프로에 오면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 팀에 비해 젊은 투수들의 비중이 크고, 아마추어 최고 유망주들을 두루 지명할 수 있었기에 더욱 눈에 띄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kt는 가장 먼저 뽑은 우선지명 선수들이 수술대에 올랐다. 부산 개성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우선지명을 받은 좌완 심재민은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올해는 동의대를 졸업한 대학 최고 우완 홍성무가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2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만난 조 감독은 "마무리 훈련 때 보니 성무가 공 던지는 게 이상하더라. 그래서 들어보니 대학교 땐 대회 전에 주사를 맞고 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그냥 던지게 할 수도 있었지만, 프로에서 매일 던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봤다. 그래서 팀과 선수의 미래를 위해 수술하고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홍성무는 아직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조 감독은 보다 완벽한 컨디션에 1군에 올려 쓰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이날 심재민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조 감독은 "재민이가 초반에 잘 던져줬다. 수술 후에 이렇게 자주 던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엔트리에서 빼 쉬게 해줬다. 일요일에 롱토스하는 걸 빼고 월요일까지 5일간 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수술 경력이 있는 두 우선지명 투수들을 얘기한 뒤, 아마추어 야구 현실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가 이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KBO(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 시절, 아마추어 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관찰했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야인으로 있을 때, KBO 육성위원으로 전국 중·고교를 돌며 포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추어 야구도 성적을 내야 하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다 똑같은 조건을 만들면 되지 않나. 육성위원장 시절에 너무 안타깝더라. KBO와 대한야구협회가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고교야구에 투구수 제한이 생겼지만, 중학교에는 도입이 되지 않았다. 고교야구 역시 투구수 제한 규정은 한 경기 130개다. 미국에서 보는 청소년들의 한계 투구수는 100~110개 사이다. 게다가 제도의 허점도 있다. 130개를 던지면 3일의 휴식기를 가져야 하지만, 130개를 채우지 않으면 또 나올 수 있다.
조 감독의 일침은 분명 의미가 있다. 단순히 kt 신인들 뿐만이 아니라, 프로야구를 위해 좋은 자원들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