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가 20일 NDC15에서 'Pay-to Skip: 게임 속 경제와 내몰리는 인간'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빌게이츠, 스티븐 호킹, 엘론 머스크 등이 'AI(인공지능) 개발과 발전의 위험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도 지난해 지스타를 앞두고 AI 시스템의 개발과 그 가능성을 설명하며 게임계에서도 '인공지능'이란 화두는 상당히 뜨거운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인간과 로봇의 미래' '게임 내 인간과 로봇' '게임 내 봇 문제 해결'이란 세부 주제를 통해 과거 로봇(인공지능, 봇)이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고, 인공지능이 게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와 함께 그 해결방안까지, 1시간이란 시간 동안 소화하기 다소 힘들어 보이는 방대한 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게임사에서는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게임 내 재화와 실제 현금이 교환되고 있는 '현금거래'에 대해 당위가 아닌 현상으로서 접근했으며, 발표의 견해는 넥슨이 아닌 개인적인 것이라고 밝히고 강연을 진행했다.
이은석 디렉터는 현재 넥슨의 모바일 기대작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하고 있는데, 발표에 앞서 이번 내용은 '신작 듀랑고와 관련이 없고 당연히 듀랑고는 언제 나오는지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무거울 수 있는 주제와 내용이었지만 위트 있는 설명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강연 초반에는 로봇이 현재 생활에 미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과거에는 2000년대가 되면 모든 것이 자동이 되고 인공지능이 세상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 우려했지만 관련 산업의 발전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됐고 여전히 인간 생활의 일부를 로봇이 대체해주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퀴즈, 의학, 금융 관련 로봇의 인공지능은 발전하고 있으며, 기사를 쓰거나 게임을 하는 로봇 등이 등장해 현실 속에서 로봇이 서서히 인간의 직업군을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산업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 내에서는 로봇, 소위 '오토'로 불리는 자동화 시스템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플레이하는 유저의 노력에 대응하는 재미와 가치를 전달하게 되는데, 오토로 인해 이 균형이 어긋난다는 것. 또한 온라인게임의 유저들은 자신의 만족감과 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로 인해 '빨리 성장하거나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은 결국 게임 내에서 소비하는 시간에 따라 지위가 결정되고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비용 중 적은 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적은 사람은 '시간 대비 성장'에 비용이 적은 사람은 '비용 대비 성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현금거래가 발생하고 게임머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작업장'이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현재 작업장은 1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초창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에서 진행됐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오토가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오토가 등장하면 게임머니의 가치가 하락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현실에서 바라보는 게임머니의 가치 또한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는 셈이다.
게임사는 게임 내 경제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데, 오토가 늘어나면 그 피해는 유저들에게 돌아간다. 유저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을 들여도 더 적은 게임머니를 얻게 되고, 그 가치도 점점 하락하며 게임사의 유료 아이템은 오버파워가 되어 간다는 것.
이은석 디렉터는 이를 놀이공원에 비유했다. "놀이공원에 대량으로 복제된 로봇들과 함께 줄을 서 있는 것"이라며 "현실에서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업장과 게이머가 공생관계라는 일부 유저들의 오해가 있지만 "봇은 게임을 망친다"고 단언했다.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클라이언트에서 막거나 플레이 시간을 줄이고 거래가 안되게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오토의 대응이 더 유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로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여가부에서 만들란대로 만들면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론은 다소 원론적이지만 '열심히 막는 방법 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게임 양극화의 대안'으로 현실의 자본주의적 문제점이 게임에서도 드러나고 있고 게임은 현실 보다 재미있어야 하는데 여러 문제로 대안이 마땅치가 않기에 앞으로 게임사와 개발자들이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