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죠."
20일은 LA 다저스 류현진의 어깨 수술 소식으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복합 관절인 어깨는 팔꿈치와 달리, 수술을 꺼리는 부위다. 수술 후 재기 가능성이 낮아 선수생명이 달려있다고 말한다. 최초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에이스, 류현진의 거취에 모두가 주목했다.
NC 다이노스 박명환은 어깨 부상을 이겨내고 돌아온 선수 중 한 명이다. 박명환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회전근이나 관절와순 손상은 아니었다. 지난 2008년 6월 어깨 후방 관절막 절제술로 손상된 관절막 일부를 제거했다. 하지만 복귀를 서둘렀던 게 문제였다. 11개월만인 2009년 5월 1군에 복귀했으나, 이후 어깨 통증은 물론, 내전근과 허리 부상이 연달아 왔다. 2009년 4경기, 2010년 15경기 등판을 끝으로 더이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6년 말 4년 최대 40억원이라는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이루고도 2011시즌에는 연봉이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90% 삭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결국 2012시즌을 끝으로 방출되고 1년간 홀로 재활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부터 NC 유니폼을 입은 박명환은 이제야 재기에 성공했다.
중간중간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복귀하기까지 무려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6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지난 1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하며 지난 2010년 6월 2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5이닝 1실점) 이후 무려 1789일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재활이라면 지긋지긋하게 한 박명환은 류현진의 수술 얘기가 나오자 "재활이 가장 힘들 것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선수가 자기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없어지고,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그런 걸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나긴 재활을 위해선 무엇보다 멘탈이 중요하다. 그는 "재활이라는 건 시간과의 싸움이다. 또한 정신적으로 '안 아파야지'라는 생각을 넘어서는 게 필요하다. 보통 80~90%까지는 잘 가는데 마지막 10%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아팠던 기억도 있고, 무엇보다 트라우마 탓에 움츠러드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또 재활을 할 때, 우리의 몸은 복합적이라는 걸 강조했다. 어깨를 다쳤다고 어깨 보강운동만 하면, 다른 부위에서 부상이 오는 것이다. 그 역시 어깨 부상 이후 다른 부위에 무리가 왔다.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건 허리와 내전근 부상이 컸다. 박명환은 "2년간은 여러 가지 운동에 매달려야 한다. 그런 부분을 잘 극복하고, 스스로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환은 "머리까지 다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신력이 무너지는 걸 우려하는 것이다. 그는 "재활 기간이 최소 1년, 2년까지도 걸릴 것이다. 2년간 잘 쉬고 잘 먹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여행도 다니고 여가생활도 즐겨야 한다. 머리도 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야구 선배로서 류현진이 시련을 이겨내고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박명환은 "류현진도 지금 고비를 넘어서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워낙 좋은 선수 아닌가"라며 후배를 격려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