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겠다는게 아니었는데…."
조성환 제주 감독은 5일 울산전 이후 팬들에게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다. 공약 이수를 하지 않는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관중 2만명은 제주의 오랜 꿈이었다. 박경훈 전 감독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 2만명이 들어설 경우 머리를 주황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제주 구단은 기상천외한 이벤트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 전 감독이 군복도 입고, 가죽재킷도 입었다. 화제성은 넘쳤지만, 정작 2만명 문턱에서 좌절했다. 제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이날 특수와 화창한 날씨, 홈 불패행진 등이 겹치며 울산전에 마침내 2만13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당연히 조 감독의 머리를 향해 시선이 모아졌다.
하지만 조 감독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울산전이 끝난 후 "번복 아닌 번복을 해야겠다. 우리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대신하고, 나는 불우한 어린이를 돕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회견 이후 제주 구단 홈페이지에는 '염색을 하라'는 팬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조 감독은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그가 고민을 한 이유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었던만큼 염색하는 효과가 과연 기대만큼 클지 여부였다. 조 감독은 "부담 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안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부각 되고 대신 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을 냈던 것 뿐"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팬들의 요청에 결단을 내렸다. 컬러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가발을 착용하지 않고 화끈하게 물을 들이기로 했다. 20일 전문 헤어샵에 가서 탈색을 한 뒤 주황색으로 염색을 하기로 했다. 조 감독은 "선수때 갈색으로 물을 들인 이후 처음으로 염색하는거다"고 웃은 뒤 "팬들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이벤트를 할 용의가 있다. 구단 직원들도 경기 만으로 팬들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고 하더라. 매번은 아니지만 더 많은 팬들이 올 수 있도록 도와줄 부분을 돕겠다. 와이프도 이왕 할꺼면 더 화끈하게 하라고 격려해주더라"고 했다.
조 감독의 화끈한 일탈은 23일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공개된다. 제주 관계자는 "이날 조 감독의 염색 공개 말고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특별한 비밀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며 궁금증을 유발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