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랬습니다. 왜 아픈지 몰라서 일단 어깨를 열어본겁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의 어깨 수술 소식에 국내 야구계도 걱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수술이 비교적 쉽고, 재활 기간도 짧은 팔꿈치에 반해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어깨 부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연스럽게 과거 어깨 수술 경력이 있는 코치,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이대진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어깨 수술만 3번을 받고 재활에 7년이라는 시간을 쏟는 고통을 경험했던 인물이다. 류현진의 수술 소식이 전해진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이 코치에게 어깨 부상과 수술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코치는 2000년 12월 미국 조브 클리닉에서 처음으로 우측 어깨 관절 및 물혹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1년도 채 되지 않은 2001년 9월 우측 어깨 충돌 증후군 수술을 또 받았다. 이 코치는 "처음 어깨가 아플 때 MRI 검진을 해도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아팠다. 그래서 어깨를 열어보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어깨를 직접 들여다봤는데도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단한 조치 없이 1차 수술이 마무리 됐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출발점이 됐다.
중요한 건 이 코치의 사례를 볼 때 류현진의 부상도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류현진도 현재 MRI 검진 결과로는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그런데 아프니 답답함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관절경을 통해 어깨를 체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관절경 수술을 통해 이상 부위를 발견해 수술로 치료를 하면 다행이다. 이 코치의 경우처럼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할 경우 류현진의 부상 상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다. 이 코치는 "어깨는 사람 몸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전혀 다른 구조다. 병원 검진, 수술로도 통증의 원인을 찾아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관절경에 대한 오해도 있다. 관절경 수술은 어깨에 직접 칼을 대는 것이 아니기에 가벼운 수술로 치부될 수 있는데 결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최근에는 어깨 안쪽 부상 부위가 심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관절경 수술이 진행된다. 이 코치의 설명에 따르면 관절경이 들어가는 작업만으로도 어깨 근육과 관절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최소 1년의 재활 과정은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손상으로 상태가 매우 안좋아진다고 하기 힘들지만, 100% 회복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이 코치는 투수의 어깨 부상에 대해 "과한 사용으로 인한 불안정성이 가증 큰 원인이다. 근육, 관절, 힘줄 등 여러 부위에서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이어지는 구조"라고 했다. 어깨는 들어올리는 동작만 반복해도 무리가 따르는 부위인데, 여기에 엄청난 힘으로 팔을 돌려 공을 던지니 각 부위에 무리가 간다. 만약, 힘줄이 제 역할을 못하면 관절들이 서로 부딪히며 마모되고, 그렇게 되면 제 역할을 하려는 근육이 무리하게 이용돼 통증을 유발하는 식이다. 이 코치는 "이 어깨의 불안정성은 눈에 딱 보이는게 아니기 때문에 의학으로 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 코치는 "내가 수술을 받을 때는 제대로 된 재활, 치료 시스템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 처음으로 아픈 것이고 현진이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공을 던져도 통증이 없을 때까지 재활에만 집중해야 한다. 중간에 공을 던지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어깨가 아프다. 현역 시절 내내 통증을 갖고 던졌다. 그래서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현진이는 몸이 유연한 스타일이라 재활만 잘 하면 구속 유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