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경기전 3루쪽 한화 덕아웃은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4년만에 문학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8월 SK를 떠났으니 정확히는 3년 9개월만이다. SK는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과는 분명 다른 팀. 하지만 전력의 속속들이를 꿰뚫고 있는 김 감독이라면 접전이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더구나 한화는 지난달 24~26일 대전서 열린 SK와의 3연전을 모두 잡은 바 있어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김 감독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실책이 5개나 나온데다 SK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에게 철저히 막히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밴와트는 지난달 16일 넥센 히어로즈전서 발목 부상을 입은 이후 33일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밴와트의 복귀 첫 경기 상대가 4년만에 인천을 찾은 김성근 감독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화 타자들에게 밴와트는 생소한 투수가 아니다. 지난 시즌과 3월 시범경기서 한번씩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밴와트는 부상 이전보다 훨씬 안정감 넘치는 피칭을 펼치며 승리를 따냈다.
경기 전 김용희 감독은 "밴와트는 2군 경기서도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동안 시간을 준 것인데 2군에서 100%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차피 1군서 던져야 컨디션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하지만 밴와트는 100%, 아니 그 이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6⅓이닝 동안 22타자를 맞아 3안타로 1실점했다.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이자 시즌 2승째. 직구 구속은 부상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투구수는 94개, 직구 구속은 최고 147㎞까지 나왔다. 4사구는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9개를 잡아냈다.
밴와트는 1회를 11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막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회 선두타자 최진행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141㎞짜리 직구를 한복판으로 꽂다 중월 홈런을 허용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이 실투가 됐다. 하지만 실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어 김경언 주현상 강경학을 잇달아 범타로 제압한 밴와트는 3회 1사후 송주호에게 좌익수쪽 2루타를 맞았지만 이용규와 권용관을 각각 2루수땅볼, 우익수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와 5회는 각각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4회 선두 정근우를 114㎞짜리 커브로 땅볼로 처리한 밴와트는 최진행과 김경언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에는 주현상과 강경학을 땅볼, 조인성을 바깥쪽 직구로 삼진처리했다. 6회에는 선두타자 송주호를 끈질긴 승부 끝에 유격수 내야안타로 내보냈지만, 이용규 권용관 이종환을 연속 삼진으로 제압했다. 특히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용규와의 승부에서는 3,4구를 몸쪽으로 붙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5구째 143㎞ 바깥쪽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노련미를 과시했다.
밴와트가 김성근 감독 앞에서 정식 경기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 감독의 데이터 목록에 이날 밴와트의 호투는 상당한 '크기'로 자리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밴와트는 "한달 동안 공을 던지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오늘은 팀승리에 기여해 기분좋다"며 "변화구가 잘 들어갔고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게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