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보름째 9위 LG, '쌍 병규'-이진영 딜레마

by

LG가 9위에 둥지를 틀고 요지부동한지 보름이 지났다. 지난 3일부터 막내 kt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밑을 받쳐주는 kt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다. 자타공인 최고인기팀 LG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월 한달은 '봉중근 고민'이라는 중증으로 다른 상처는 돌볼 틈이 없었다. 선발투수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오고 봉중근의 구위가 이전보다 다소 나아지는 등 마운드가 차츰 안정되자 고질이 드러나고 있다.

심각한 타선 체증의 주요 원인은 세 명의 부진이다. 7번 이병규(32)와 9번 이병규(41), 이진영(35).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고액연봉 베테랑 타자들이 동반 침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을 2군으로 내리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반쪽짜리' 활약이라도 이들을 능가해줄 젊고 싱싱한 선수들이 2군에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용하다보니 팀도 지치고, 잔부상으로 몸상태와 컨디션이 엉망인 해당 선수도 짜증이 난다.

이진영은 통산타율이 3할4리다. 올시즌은 타율 0.243에 1홈런 13타점에 그치고 있다. 이진영의 장점은 꾸준함인데 올해는 영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허벅지 상태는 100%는 아니다. 그렇다고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도 아니다. 한 경기를 쉬기도 하고 대타로 나서기도 하다보니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7번 이병규는 양상문 감독이 4번자리를 아예 맡긴 케이스다. 올시즌 타율 0.248에 6홈런 19타점이다. 최근에는 9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하는 등 10경기 타율은 0.282로 완만한 상승세. 하지만 이 기간 홈런은 2개, 타점은 4개에 그치고 있다. 중심타자의 타점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크다. 개막전을 전후한 목 담증세가 컨디션 저하와 밸런스를 무너뜨렸다는 얘기가 있지만 부진은 한달 반을 넘기고 있다. 9번 이병규는 허벅지 통증을 달고 산다. 전력질주가 되지 않다보니 대타로 자주 나선다. 시즌 타율 0.200에 1홈런 7타점.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양상문 감독의 진짜 고민은 대체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진영의 경우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진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기회를 주다보면 차츰 페이스를 찾으며 살아날 것으로 봤지만 요즘엔 페이스가 더 떨어졌다. 최근 10경기에서 31타수 7안타(0.226), 홈런은 없고 타점은 1개가 전부다. 믿고 기다려주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팀타선은 물에 젖은 수수깡마냥 힘이 빠지고 있다. 홍성흔을 2군으로 내린 옆집 두산의 전격 결정이 부럽다. LG는 타자 기대주가 전무한 상황이다. 채은성(0.133)과 최승준(0.077), 정의윤(0.264) 등 더 젊은 선수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망주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줘봤느냐'라는 원론적인 물음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쳇바퀴를 돌릴 뿐이다. 마냥 기다려줄 시간이 부족한 것도 맞고, 주어진 시간내에 이들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맞다. LG는 팀타율이 0.250으로 kt(0.235)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다.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4.42로 삼성(3.88), SK(3.96)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심각한 투타 불균형이다. 양 감독은 5월이 되면 치고올라가겠다고 했지만 5월도 하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유도 알고, 해법도 알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LG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