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돌풍은 가히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오죽 하면 '마약 야구'라는 소리를 들을까. 최근 수년간 하위권에 맴돌던 팀이 올 시즌에는 경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고 있으니, 한화 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가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구단도 함박웃음이다. 관중 동원은 물론, 구단 상품 판매 등 수입 증대 효과가 심상치 않다. 특히 흥행 페이스는 놀랍다. 지난해 한 시즌 내내 8차례 매진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에는 16일까지 매진 9회를 기록했다. 홈 20경기만에 지난해 매진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러한 팬들의 성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한 1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한화 이글스를 통해 이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SK 감독 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좌절이 '할 수 있구나'로 바뀌어 갔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를 사회에 주는 메시지라고 했다. "0.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마지막까지 달려 드는 것, 그게 지금 한화 야구라고 하는데 있어 느껴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 혁과 박정진 등 불펜투수들의 잦은 연투, 혹사 논란이 있지만, 김 감독은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선수들의 '프로다운 자세'라고 봤다. 그는 "박정진은 지난해만 해도 연투가 되지 않았다. 권 혁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의식이 바뀌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박정진과 권 혁의 기용을 두고 아쉬웠던 2경기를 언급했다. 9회말 끝내기 실책으로 패배한 지난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박정진을 8회 2사 후 교체한 것, 그리고 연장 11회 끝내기 투런포를 맞고 패한 지난달 1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⅔이닝을 책임진 권 혁을 내리고 송은범을 올렸던 것을 말했다.
두 경기 모두 자신이 투수들의 한계를 설정했다고 돌아봤다. 더 믿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김 감독은 "박정진과 권 혁은 이제 본인이 '나가겠다'고, '괜찮다'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올리고 있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선발 안영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을까. 안영명은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2이닝 1실점), 14일 삼성전(1⅓이닝 3실점(2자책))에 이어 17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일주일에 3회나 선발등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12일과 14일 투구수는 39개, 34개로 이틀 합쳐 73개를 던진 안영명은 이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사실 김 감독의 선수 기용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하지만 0.1%의 가능성에 매달려 마지막까지 자신의 한계치를 뛰어넘으려 하는 선수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야구를 보는 팬들에겐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올 시즌 한화 야구는 일종의 사회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이 됐든, 한화 야구는 '이글스라 행복하다'는 한화 팬들과 나머지 야구팬, 그리고 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 하고 있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