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박성욱 대표 등 이 회사 경영진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단체인 '반올림'은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 3명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최근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SK하이닉스 경영진의 허술한 안전관리 의식을 질타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경영진의 잘못된 회사경영에서 비롯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빨리 빨리"를 외친 경영진이 부른 참사?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직원 3명은 지난 4월 30일 낮 12시경 10층짜리 신축공장 옥상에 설치된 배기덕트(배기장치 공기통로·넓이 5㎡, 깊이 3m)에서 내부를 점검하던 중 잔류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배기덕트는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를 뽑아내 LNG(액화천연가스)를 주입, 태운 뒤 배출하는 설비다.
부지면적 6만6115㎡, 건축 연면적 66만㎡의 신축공장은 지난 1일부터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공장가동 계획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반올림 측은 사고 직후 경찰조사와는 별도로 현장에 내려가 협력업체 및 사고현장 인근에서 작업하던 SK하이닉스 직원들과 면담해 사고경위를 파악했다. 반올림 측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M14공장은 기존 4개의 SK하이닉스 공장을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큰 대형공장으로 당초 6월경 가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5월 1일로 가동날짜가 앞당겨지면서 협력업체 직원들은 24시간 내내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신축공장 가동을 앞두고 필요한 신규인력 채용도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점검 없이 작업하면서 사고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무리한 공기단축과 꼭 필요한 적정인력 미확보는 경영진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고,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반올림 측의 주장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선 '기업살인법'이 제정돼 있어 이번과 같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본사 경영진에게 무거운 형사처벌이 주어진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국회에서 기업살인법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는 등 입법화 작업이 검토되고 있다, 이 법을 시행한 국가들에선 산업재해가 법 시행 이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9일 공장 시운전을 하면서 질소가스를 투입하고도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은 것도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사망사고를 조사 중인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SK하이닉스 안전관리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소환해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SK하이닉스가 신축공장에 질소가스를 주입한 사실을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안전장비인 방독면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실적 뒤에 숨은 부끄러운 안전사고
요즘 SK그룹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는 SK하이닉스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17조1260억원, 영업이익 5조1090억원, 당기순이익 4조1955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85개의 SK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지난 2011년 11월 SK그룹이 삼성전자 등 선발업체에 기술력에서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하이닉스를 인수, SK하이닉스로 새 출발을 할 때만 해도 이 회사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SK식구'가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SK그룹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2012년 1589억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는 2013년에는 영업이익 3조3798억원, 당기순이익 2조8725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단숨에 SK그룹의 '효자'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50.2% 증가한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과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1조29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선 세계 2위의 위상을 구축했으며 반도체 매출액 기준으로는 세계 6위다.
하지만 이 회사의 안전의식 만큼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최근 1년 사이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선 유해물질 사고가 3차례 발생해 총 3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이번 사망사고 1개월여 전인 지난 3월 18일에는 절연제 용도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3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는 반도체 제조 공장건물에서 대기오염 처리시설 배관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돼 발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사고 직후 기술안전실을 만드는 등 안전망 구축을 위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으나 1개월여 만에 더 큰 참사가 빚어졌다.
사고가 빚어질 때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번번이 '헛구호'가 되고 있는 지경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 "경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면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사고원인 등과 관련해 별도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