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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북촌 뚜벅이 생활.."환경은 보존하는 것부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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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이 제 12회 환경영화제 에코스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화려한 사모님으로, 영화 '화장'에서 임권택 감독의 감탄을 자아낸 초라한 아내 연기로 극과 극을 보여준 그녀다. 1991년 연극무대를 시작으로 2001년 영화 '나비'를 통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연기파 배우이지만, 연극 무대에 오래 선 탓에 텔레비전이 익숙한 세대에겐 낯설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김호정은 왜 에코스타상의 주인공이 됐을까.

-요즘 '풍문으로 들었소' 속 스타일이 유행인 거 아나. 특히 김호정 표 숏커트가 인기다.

▶영화 '화장' 때문에 머리를 밀고 난 후다. 좀 더 기르고 싶었는데 한 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더 짧게 잘랐다.(웃음) 다들 어디서 잘랐냐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사실 그냥 한번 밀었다가 기르면 이렇게 된다.

-에코스타상 수상 소식을 듣고 어땠나?

▶신기했다. 영화제랑 잘 맞는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환경을 위해 사회에 기여한 게 크진 않다. 이제 좀 재능기부도 시작했을 뿐이다. 나에게 수상은 환경을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족들도 좋아한다. 감사하고 어깨가 무겁다.

-평소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인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걱정할 뿐이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은 없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이나 '일회용 컵을 적게 사용하기' 정도의 노력이랄까. 사실 크게 어떤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상은 역시 경쟁을 해서 받는 편이 마음 편하다. 하하.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죄 짓고 벌 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고민을 나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북촌이라고 들었다. 북촌은 옛서울이 비교적 간직된 곳 아닌가. 불편한 점도 있을텐데, 어떻게 살게 됐나.

▶90년대 후반즈음이다. 처음으로 독립하면서 저렴하고, 운치있는 곳을 찾았다. 종로구가 중심이라 편할 것 같기도 하고, 개발이 덜 돼 노인분들밖에 없어 조용할 것 같기도 했다. 어려서 친척들이 근처 덕성여대 안에서 일을 해서 뛰어 놀았던 기억도 좋았다. 그 추억을 찾다보니 들어오게 됐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짐도 많을텐데, 북촌은 주차 여건이 부족하지 않나?

▶그래서 나는 뚜벅이다. 차가 없다. 동네가 한옥들이고, 골목도 좁아서 주차가 힘들다. 동네 친구들 몇명과 "우리 차를 갖지 말고, '뚜벅이'로 살자. 필요할 때 차를 얻어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자"라고 약속했다. 또 동네에 인력거가 있다. 그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낸다. 급하게 갈 일 있을 때는 인력거로 이용한다. 하하.

-인력거라니, 놀랍다. 사실 북촌도 많이 변하지 않았나.

▶내가 뚜벅이로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이 많다. 문방구, 철물점, 기와 이런게 10년 사이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게들로 바뀌었다.얼마 전 이만희 감독의 타계 40주년 기념행사를 초대받아 다녀왔다. 감독님의 1960년 작품인 '귀로'가 상영됐는데 서울거리가 아름답게 나오더라. 그게 산업화로 인해 훼손된 게 안타깝다. 가치를 알고, 소중하게 보존하는 게 중요한 일인데, 영화에서 나오는 서울역, 남대분, 역전주변, 옛 간판들이 향수를 불러 일으키더라. 고유한 것들을 아끼고, 간직하는 것, 그게 큰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나마 남겨져 감사하더라.

-환경영화제 에코스타상도 수상했다. 혹시 실천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이번에 수상하게 되면서 환경에 대해 리서치를 해봤다.생각보다 문제가 크더라. 굽이진 강을 자르고, 건물도 획일화되고, 이렇게 만드는 게 옳은 가 싶더라. 고유한 모습을 지키는 게 소중하고, 미래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상을 받아서 좋지만, 한편으로 책임감도 커지더라. (환경보호와 관련된 콘텐츠라면) 규모를 떠나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무조건 하겠다. 환경과 관련된 작품이라면 수상자로서 당당하게 할 것이다. 그게 보답 아닐까.

-김호정이 생각하는 환경이란?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옛 것을 지키려는 자세, 그게 환경의 미래다.

(2편에 계속)

전혜진기자 gina100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