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선수와 구단 사무국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인천시에서 파견된 구단 대표이사 등 고위 관계자도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인천 구단이 내홍을 겪고 있다.
인천 구단의 체불사태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대상이어서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모기업격인 인천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프로축구 관게자들에 따르면 인천 구단은 일부 선수와 구단 프런트 직원들의 4월분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구단의 급여 지급일은 매월 25일이다.
선수들의 경우 비용 부담이 덜한 저액 연봉자는 지급일을 넘겨 4월 말에 뒤늦게 받았으며 고액 연봉 선수들은 체불된 상태다. 20여명의 프런트 직원들은 전원 4월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인천시에서 파견된 김광석 대표이사 등 고위 관계자는 인천시 소속 공무원이어서 체불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천 구단이 체불한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인천시의 지원이 열악한 가운데 갑작스런 재정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3, 4월쯤 입금되기로 했던 협찬사의 후원금이 하반기로 연기됐다.
이 때문에 인천 구단은 일부 선수들의 급여만 지급하는 것으로 급한 불만 꺼놓은 상태다.
인천 구단은 2∼3년전 인천시에서 파견된 조동암 대표이사 시절에도 몇 차례 체불을 겪은 적이 있다.
인천 구단에 따르면 현재 마땅한 타개책도 없는 상황이다. 구단 관계자는 "인천시에서 진행중인 구단에 대한 경영개선 컨설팅이 끝나고 나면 지원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경영개선 컨설팅은 구단이 올해 초 선수이탈 등 총체적 난국에 봉착하자 유정복 시장의 지시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달 말 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5월 급여까지 차질을 빚게 될 우려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연맹의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구단은 김도훈 감독을 새로 영입해 최근 6경기 연속 무패(2승4무)에 2연승으로 인천발 돌풍을 예고하는 중이다.
그동안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도 끈끈한 경기력으로 호평을 받는 등 잘나가던 팀이 불의의 복병을 만나 동요하게 생겼다.
연맹은 올해 정관 개정을 통해 선수의 임금 체불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했다. K리그 정관 제2장 선수 조항의 ⑧항은 '클럽이 선수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봉을 체불한 경우, 연맹은 상벌규정 유형별 징계기준 제8조 나항을 적용하여 클럽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유형별 징계 기준 제8조 나항 '클럽의 선수 연봉 체불'에는 ▲하부리그로의 강등 ▲6개월 이하의 자격 정지 ▲1점 이상의 승점 감점 ▲10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03년 프로농구 코리아텐더는 KTF(현 KT)로 인수되기 전 해체 위기로 체불 사태를 맞자 구단 사무국장이 개인 통장을 털어 체불을 막고 '헝그리 4강 신화'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른 시민구단과 달리 힘없는 구단 직원들까지 울리고 있는 인천 구단의 체불 사태는 올 시즌 중흥의 발판을 맞은 한국 프로축구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인천시가 더이상 수수방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인천 구단은 대표이사와 사무국장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감사원의 인천시에 대한 기관감사를 통해 인천시 공무원이 주식회사 인천 유나이티드로 파견된 것은 상법, 지방공무원법과 임용령 기준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인천시는 경영개선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표이사와 사무국장을 원직 복귀시키고 전문경영인 영입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시장도 인천 구단에 대해 전문경영인 영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단의 고위 책임자의 지위마저 불안한 상태인 데다 전문경영인 공모 절차까지 감안하면 체불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연맹이 오죽하면 체불에 대한 상벌규정까지 만들었겠나. 이마저도 선수에 대한 체불 규정이지 불쌍한 프런트 직원들에 대한 구제책이 없는 형편이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시민구단 운영에 따른 긍정 효과를 누리면서 구단이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면 축구팬들의 공분을 살 것"이라고 꼬집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