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가 고정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손주인만 보면 걱정이다. 힘이 떨어져 방망이가 안 돌아가는데도 경기 후 혼자 남아 끝까지 배트를 돌리다가 집에 가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그때마다 코치진에게 "주인이 좀 말려봐라"라고 말했지만, 손주인 본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해야 한다"였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손주인을 주전 2루수로 낙점해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주포지션인 2루에서 3루로 이동해 수비 공백을 메워줬지만, 다시 익숙한 포지션으로 복귀했다. 3루에는 새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 한나한이 있었다. 한나한이 캠프 도중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정성훈이 다시 원래 포지션인 3루로 돌아왔다.
하지만 손주인은 2루에서 고전했다. 시즌 초반 방망이가 잘 맞지 않자, 양상문 감독은 루키 박지규를 함께 2루수로 기용했다. 박지규가 선발출전 기회를 잡는 날이 많아지는 등 손주인은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더욱 고전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5월 들어 확실히 살아난 모습이다. 12일 현재 8경기 연속 안타로 감을 끌어올렸다. 4월까지 1할7푼9리에 머물러있던 타율도 어느새 2할4푼7리까지 올라왔다. 공교롭게도 양 감독은 손주인의 타격감이 올라오는 시기였던 지난주부터 주전 3루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양 감독은 "주인이가 화려하지는 않아도 3루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자리가 고정이 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지규와 같이 2루에 있을 땐, 안 맞으면 바꿔주고 하니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자리가 확고해지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주인이 공수에서 자기 몫을 해주자, 라인업 전체가 안정감을 찾아가는 효과가 생겼다.
양 감독은 손주인을 '연습벌레'라며 칭찬했다. 그는 "노력의 결과다. 주인이는 제일 일찍 나와서 훈련하고, 끝나고도 마지막까지 훈련을 하고 간다. 하루는 힘이 떨어져 방망이가 안 돌아가는데도 계속 연습을 하더라. 코치들에게 만류시키라 했더니, 본인은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양 감독은 손주인의 사례를 언급하며 "경쟁은 캠프 때 시켜야 한다. 시즌 중에는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손주인도 부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신인선수와 경쟁을 벌이게 됐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서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