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듯 했던 괴력이 5년만에 다시 나타났다. '커리어하이' 시즌의 조짐마저 나타난다. 한화 이글스 최진행이 다시 거포본능을 회복했다.
최진행은 지난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홈런을 날렸다. 벌써 시즌 7호 홈런이다. 아직 홈런 레이스에 뛰어들 정도는 아니지만, 팀내에서는 단연 1위 기록. 4번타자 김태균(6개)을 넘어섰다.
33경기에서 7개의 홈런 페이스는 최진행에게 대단히 빠른 페이스다. 경기당 홈런생산율로 따져봤을 때 144경기를 치른다고 하면 30홈런을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대부분 타자들은 시즌 초반보다 중후반 이후 홈런 생산속도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진행은 자신의 시즌 최다 기록인 32홈런에도 도전해볼 만 하다. 5년 만에 부활한 '거포 능력'이라는 점이 반갑다.
시간을 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0시즌 한국프로야구. 당시 홈런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그해 44개의 홈런으로 개인 2번째 홈런왕을 차지한다. 무려 '9경기 연속 홈런'의 괴력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까지 이대호의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최진행이었다. 최진행은 2010시즌에 갑작스럽게 '4번 타자'의 중책을 맡게 된다. 사실상 홀로 팀 타선을 이끌었던 때다. 투수진에서 류현진이 '소년가장'이었다면 타선에서는 최진행이 그런 역할을 하던 시기다. 팀의 간판 타자들이었던 김태균과 이범호가 2009시즌을 마지막으로 일본 무대에 진출했기 때문. 이때가 바로 한화 암흑기의 시발점이었다.
어쨌든 이 당시 최진행은 상당히 인상깊은 활약을 했다. 129경기에 나와 3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비록 타율은 2할6푼1리로 좋지 않았고, 볼넷-삼진 비율도 거의 1:3에 육박(47:131)할 정도로 나빴지만, '4번타자'의 미덕인 장타력만큼은 빼어났다. 어쨌든 '걸리면 넘어간다'는 이미지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데뷔 첫 30홈런을 넘겼으니 타율과 정확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했다.
그러나 이후 최진행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단 한 시즌도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홀로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무릎 부상과 수술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 2011년 19홈런(127경기)에 그친 최진행은 2012년 17개(120경기), 2013년 8개(106경기), 2014년 12개(99경기)로 저조한 홈런 생산량을 기록한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7개를 기록했다. 이미 2013년 전체 시즌 기록에 육박했다. 게다가 타율 역시 상당히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3할대를 오가다 현재는 2할9푼8리(94타수 28안타)를 기록 중이다. 볼넷-삼진(15-26) 비율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최진행의 타율 최고시즌은 2013년이었다. 106경기에서 정확히 3할(367타수 110안타)을 마크했다. 대신 장타력이 크게 떨어졌다. 시행착오를 겪은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타율과 정확성, 그리고 장타력까지 손색이 없다. 지난해 말 마무리캠프 시기부터 오키나와 재활캠프에서 무릎 수술부위에 대한 재활을 철저히 진행했고, 이후 스프링캠프에서도 철저히 몸을 만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최진행이 시즌 중반 이후에도 부상을 피하면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부상만 피한다면 '커리어하이' 시즌 달성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듯 하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