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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강민호 "체력? 힘들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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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행복하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항상 쾌활한 모습의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 "요즘 다리가 저려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진짜 심각하게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다는 건 물론 아니다. 후배 포수 장성우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출전 시간에 대해 농담을 섞어 표현한 것이다.

롯데는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큰 변혁을 맞았다. 애지중지 키우던 포수 유망주 장성우를 보내는 대신 투수 박세웅을 데려왔다. 당장 다른 팀에 가면 주전이라던 장성우는 언제든지 믿고 마스크를 씌울 수 있는 백업 카드였다. 강민호의 체력 안배 문제는 이종운 감독이 시즌 전부터 신경을 써왔던 부분. 그래서 1주일 1경기 정도는 장성우를 선발 출전시키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하지만 장성우 대신 팀에 합류한 안중열의 경우 아직 신인이기에 장성우 정도의 듬직함을 갖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강민호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을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민호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변에서는 강민호의 체력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괜찮다고 한다. "성우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전화했다"는 농담으로 얘기를 시작한 강민호는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솔직히 성우가 있을 때보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힘든 티를 내기만 한다면 그것은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민호는 주전 포수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최근 웨이트트레이닝 운동량을 더욱 늘렸다고.

중요한 건 생각의 변화다. 지난 2년의 그를 강민호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강민호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올해 정신적으로 즐거운게 더욱 중요하다. 생각의 차이가 나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에는 몸이 아프지 않은데도 야구를 못해 2군에 갔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지금 1군에서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일이다. 힘들다고 투정부릴 상황이 아니다. 올해 정말 간절하게 야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올해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간절하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성과도 좋다. 팀은 연패에 빠졌지만, 강민호의 페이스는 꾸준하다. 벌써 홈런이 9개다. 타율도 3할1푼4리로 잘 유지하고 있다. 특히, 9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우중간으로 밀어쳐 큼지막한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타격감이 좋다는 뜻이다. 당시 해설을 맡았던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우타자가 저렇게 밀어쳐 홈런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칭찬을 했다.

목표로 했던 20홈런 이상을 훌쩍 뛰어넘을 페이스다. 강민호는 "주변에서 홈런 갯수에 대해 많이 얘기하신다. 그런데 나는 조심스럽다. 나는 23개가 커리어 하이인 타자다. 현재 9개를 쳤다고, 내가 올해 몇 개를 치겠다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타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홈런은 정말 야구선수들을 힘들게 한다. 나올 때는 잘 나오다가도 한 번 안나오기 시작하면 정말 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민호는 "성적을 수치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한 건 올해 현재까지의 페이스는 매우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며 "내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쭉쭉 치고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