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개월 만에 베일을 벗은 LG 트윈스 외국인 야수 잭 한나한(35)은 최근 4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출전,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 2득점 3볼넷 1사구 4탈삼진을 기록했다. 아직 타점은 없다.
한나한은 요즘 매경기 시험대에 오른다. LG 구단은 한나한의 향후 거취를 놓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공을 잘 본다
전문가들은 일단 한나한이 아직 낯선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공을 잘 보는 것에 놀랐다.
그는 지난 7일 뒤늦게 1군에 올라왔다. 당장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기지 않았다. 16타석에 4사구를 4개 기록했다.
그는 개인 보다 팀을 강조한다. 투수들이 자신에게 치기 쉬운 공을 던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안타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나쁜 공을 골라 출루, 찬스를 이어가는게 팀을 위해 낫다고 봤다. 프로다운 자세로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 통산 614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 29홈런, 175타점을 기록한 베테랑 타자다.
▶지명타자인데 장타가 없다
LG 구단이 한나한 영입을 결정했을 때 공격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양상문 감독은 "한나한에게 홈런 같은 큰 걸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었다. 타순도 6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
그런데 한나한은 최근 4경기에서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타순은 5번과 6번에 들어갔다.
4개의 안타가 모두 단타다. 장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처음 3경기에선 좀처럼 타구를 띄우지 못했다. 지난 10일 kt전에선 큼지막한 타구가 중견수 이대형의 호수비에 잡혔다.
한나한의 향후 거취는 역할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지명타자를 계속 맡으면서 지금 처럼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면 고민거리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2루타 이상의 장타를 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나한을 영입하면서 투자한 100만달러(약 10억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수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나
한나한의 지금 성적이 3루 수비를 정상적으로 하면서 거둔 것이라면 본전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만 놓고 보면 정상급 3루수였다. 그런데 아직 몸상태가 전력 질주가 되지 않아 수비에 부담을 갖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한나한의 3루 수비 투입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한나한이 몸이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있을까.
요즘 LG는 3루수로 손주인을 투입하고 있다. 한나한의 쓰임새가 지금 처럼 지명타자로 제한되는 건 당초 계획에서 궤도를 벗어난 부분이다. 움직임이 다소 적은 1루수로 기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정성훈과 겹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한나한을 포기할 수 있을까. 대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며 또 그 대체 선수에 대한 리스크도 감내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