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진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뒤에 있는 선수들이 잘해줬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5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밝힌 소감이다.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했다. 베이징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주전 8명을 빼고 거둔 무승부에 미소가 번졌다.
2일 전북전부터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인 6월 7일 광주전까지 37일간 11경기의 '살인 일정'을 보내야 하는 수원에 베이징전서 확인한 플랜 B의 경쟁력은 큰 의미를 갖는다. 대체 자원의 활약이 위기의 연속 혹은 반전의 기로에 선 수원의 5월 항로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였다.
현재 수원은 위기에 빠져 있다. 전북과의 라이벌전에서 완패를 하며 리그 2연패에 빠졌다. ACL까지 포함해 3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얇은 스쿼드로 리그와 ACL을 병행하다보니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척추라인이 무너졌다. 섀도 공격수 산토스, 중앙 수비수 민상기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지 오래다. 전북전에선 '중원의 핵' 김은선이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큰 부상은 피했지만 타박의 충격이 커 2주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김은선은 수원 공수 연결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전북전에서도 김은선이 부상으로 교체된 이후 수원의 공수 밸런스가 급격하게 무너졌다.
관건은 이들의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다. 그동안 서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베이징전에서 새로운 옵션도 가세했다.
김은선의 공백을 메울 방법은 두 가지다. 베이징전처럼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우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할 경우 권창훈 백지훈 조지훈 중 2명이 나서게 된다. 하지만 유력한 방안은 최근 즐겨 사용하는 4-1-4-1 전형이다. 이 경우 풀백인 오범석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인 '1'에 포진하는 '오범석 시프트'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김은선이 결장한 경기에서 '오범석 시프트'는 두 차례(성남과의 리그 경기, 브리즈번과의 ACL 조별리그) 가동됐다. 수원은 두 경기에서 김은선의 공백에도 모두 승리를 챙겼다. 다행히 허벅지 부상에서 갓 회복한 오범석은 베이징전에서 3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0여분을 소화했다. 클래식 출전에 대비해 경기 감각을 올리려는 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섀도 공격수 산토스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레오의 변신이 새로운 옵션으로 떠올랐다. 측면 공격수인 레오는 베이징전에서 처음으로 섀도 공격수로 나섰다. FC시온에서 맡았던 자리다. 레오는 베이징전에서 1골을 넣고 MOM(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등 수원 입단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상호가 홀로 버티 던 섀도 공격수 자리에 새로운 옵션이 가세해 서 감독도 선수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서 감독은 "그동안 레오가 측면에 나섰는데 훈련할 때 보면 중앙 공격수가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장점을 많이 봤다. 앞으로 레오가 중앙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원은 9일 클래식 10라운드에서 광주 원정을 치른다. 패싱 플레이를 즐겨 사용하는 팀간의 대결인만큼 중원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서 감독이 새롭게 가동할 척추라인이 수원의 연패 탈출의 중요한 열쇠로 떠올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