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의 클래스가 다르다. SK 와이번스의 강점은 두터운 선수층이다. 이번에는 언더핸드스로 박종훈(24)이 깜짝 선발로 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박종훈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4안타를 내주고 1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치며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수는 93개였고, 볼넷을 1개만 내주며 뛰어난 제구력도 과시했다. 삼진은 3개를 잡아냈다. 밴와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로테이션이 불안했던 SK로서는 확실한 5선발을 확보한 셈이다.
이날 경기전 김용희 감독은 "80~90개의 공을 던질 것이다. 5회 정도를 막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2010년 입단한 박종훈이 선발로 나선 것은 지난 2012년 6월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약 2년 11개월만이며, 통산 5번째다.
당초 이날 경기에는 로테이션상 윤희상이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 강한 김광현을 8일 인천 경기에 내보내기 위해 윤희상의 등판을 7일로 미루고 이날 박종훈을 기용한 것이다. 사실 박종훈의 선발 등판은 예고됐던 바다. 김 감독은 최근 백인식을 선발서 불펜으로 내리면서 "5선발은 박종훈 또는 고효준이다. 일단 박종훈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박종훈은 어쩌면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는 기회를 살렸다.
막바지 재활 과정을 밟고 있는 밴와트는 지난 5일 울산서 열린 롯데 2군과의 경기에서 3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밴와트의 복귀에 대해 "부상 후 첫 등판이었는데 감각을 찾으려고 나간 경기였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면서도 "아직 완전치 않다. 한 번 더 (로테이션을)걸러야 하지 않나 싶다. 완벽하지 않은데 올리는 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즉 당분간 박종훈이 계속해서 선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경기 결과가 의미있었던 것은 롯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과 맞붙어 판정승을 거둔 때문이기도 하다. 린드블럼은 7이닝 9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리드를 당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종훈은 1회말 1사후 손아섭에게 좌전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2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황재균과 최준석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넘겼다. 2회는 13개의 공으로 삼자범퇴로 막았다. 3회에는 1사후 문규현을 1루수 내야안타, 2사후 손아섭을 볼넷으로 각각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지만, 황재균을 132㎞짜리 직구로 3루수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4회에는 최준석을 삼진, 강민호를 2루수플라이, 김대우를 유격수땅볼로 처리하며 두 번째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박종훈은 5회 실점을 했다. 선두 정 훈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2사 2루서 아두치에게 중전적시타를 맞았다. 6회 들어서는 선두 손아섭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황재균을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한 뒤 문광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데뷔 5년만에 첫 선발승을 따낸 박종훈은 경기 후 "경기 전 선발이란 생각보다 매이닝 잘 던지자고 마음먹었다. 구원승도 기분 좋았지만, 오늘은 스타트로 던져 승을 챙겨서 더 기분좋다. 요즘 꾸준히 1군에 등판해 긴장은 안됐고, 특별한 전략보다는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 부분이 주효했다"면서 "선발 욕심보다는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