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동안 몸쪽 공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데뷔 22년차에 자신감이 생기네."
NC 다이노스의 든든한 맏형, 이호준은 올 시즌 새로운 도전을 했다. 프로 22년차,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베테랑이 변화를 시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해냈고, 두려움을 떨쳐냈다. "20년 넘게 못하던 게 되더라"며 자신감을 얻었다며 싱글벙글했다.
이호준이 두려워하던 건 '몸쪽 공'이다. 많은 타자들이 약점을 갖고 있는 몸쪽 바짝 붙는 공, 이호준은 그 코스에 대한 약점이 있었다. 선수생활을 오래 했기에 이제 상대팀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상대의 집요한 몸쪽 공략에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이런 이호준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김 감독은 이호준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줬다. "호준아, 너무 밀어치려고만 한다. 몸쪽 공을 포기하지 마라."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호준은 어느새 우중간으로 밀어치는 타자가 돼있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아예 몸쪽 공을 치는 것에만 매달렸다. 스트라이크존을 절반으로 나눠 좌측으로 잡아당기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사실 몸쪽 공에 대한 훈련을 하면서도 그는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20년 넘도록 노력을 안 했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20년간 풀지 못했던 해법은 예상외로 쉽게 풀렸다. 바로 타격시 공을 맞히는 포인트였다.
이호준은 "포인트를 한 개 앞에 두고 계속 쳤다. 사실 처음에는 타이밍이 빨라서 배트가 부러질 줄 알았다. 그런데 배트가 부러지지 않더라. 타구는 좌중간으로 잘 날아갔다"고 말했다.
히팅포인트를 공 한 개 앞으로 당겼을 뿐인데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배트가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 역시 기우였다. 그동안 밀어치는데 집중한 탓에 스스로에게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는 "그동안 내가 밀어치려고만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포인트가 많이 뒤로 간 것 같다. 프로 22년차에 '내가 몸쪽 공을 못치는 게 아니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호준의 극적인 변화는 이처럼 사소한 변화에서 왔다. 예전 같았으면 찬스 때 내야 땅볼이나 뜬공으로 물러났던 상황에서 외야로 타구를 보냈다. 자연히 클러치 능력이 향상됐고, 젊었을 때 부럽지 않은 비거리가 나오고 있다.
이호준은 4일 현재 타점 1위다. 26경기서 타율 3할9리 7홈런 33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6번 타순으로 내려갔지만, 다시 5번 타순으로 올라와 4번타자 테임즈와 함께 '해결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몸쪽 공이라는 사소한 것에 대한 변화는 그를 '회춘'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고참을 향한 믿음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이호준은 "난 칭찬을 받을수록 더 잘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지난 3년간 NC에서 모두 날 믿어줬다. 잘하든 못하든 감독님, 코치님, 후배들도 믿음을 주니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