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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과 송신영, 올바른 베테랑 활용법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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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살고, 팀도 살았다. 넥센 히어로즈와 송신영이 '베테랑 활용법'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넥센의 올 시즌 가장 큰 고민은 강정호가 떠난 빈자리가 아니었다. 바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선발진이었다. 강정호의 공백이야 다른 타자들이 메우면 됐다. 새롭게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두터워진 야수진과 달리, 마운드는 확실한 토종 선발투수의 부재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아예 넥센은 5선발 자리를 비워두고 시즌을 출발했다. 밴헤켄과 피어밴드의 외인 원투펀치를 받칠 3,4선발도 물음표가 있었다.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와 지난해 9승을 올린 문성현이 있었지만, 여전히 믿음직스럽게 경기를 맡길 스타일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시즌 전부터 상황에 맞게 5선발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처음 5선발 기회를 부여받은 언더핸드스로 김대우는 지난달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⅔이닝 6실점으로 난타당하고 말았다.

개막 후 우천취소 경기로 인해 네 명의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돌던 넥센은 지난달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두 번째 5선발 카드를 꺼낸다. 바로 베테랑 우완 송신영이었다.

1977년생,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인 나이. 송신영은 2008년 5월 1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7년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당시에도 '임시선발'이었던 그는 마지막 선발승을 올린 2006년 7월 15일 수원 LG 트윈스전 이후 사실상 9년만에 선발로 돌아왔다.

사실 송신영의 프로 인생에서 정해진 보직은 없었다. 그 역시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1999년 프로 데뷔 때부터 선발이면 선발, 필승조면 필승조, 마무리면 마무리. 팀에 구멍이 난 포지션을 수시로 메워왔다.

이번에도 사실상 구멍난 선발로테이션을 메울 카드였다. 그런데 송신영은 선발 복귀전에서 6⅔이닝 1실점으로 3200일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다음 등판이었던 25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 1일 잠실 LG전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3연승을 거뒀다.

그저 로테이션을 채워주는 것만 해도 반가웠을텐데 놀라운 페이스다. 탁월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 여기에 빠른 템포로 상대와 수싸움에서 앞서가면서 손쉽게 승부를 해나가고 있다. 피안타수는 4안타, 3안타, 2안타로 경기를 거듭할 수록 줄어가고, 볼넷도 3경기에서 고작 4개를 범했다. 그동안 넥센 선발진이 갖지 못했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사실 지난 1일 LG전은 염경엽 감독도 예상하지 못한 호투였다. 오랜 준비 끝에 올라온 첫 경기, 그리고 신생팀 kt 상대로 호투는 가능했어도 LG 타선에게는 힘들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 너무 잘 던졌다. 그래서 이번엔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너무 훌륭한 피칭을 했다. LG전을 통해 더욱 확신과 함께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라며 송신영을 칭찬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송신영에게 선발 전환을 제의했다. 떨어진 구위로는 필승조에 들어가기는 힘들고, 추격조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진할 것으로 봤다. 야구인생 끝을 향해 달려가는 송신영에게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송신영은 캠프 때 "선발 준비가 아니라, 이렇게 시즌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며 5선발 경쟁보다는 차분히 자신의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젠 넥센이 그토록 찾던 안정감 있는 '토종 선발' 카드가 됐다.

염 감독은 "투구수 90개까지는 괜찮더라. 원래 파워피처는 아닌데다 투구 메커니즘이나 상대를 승부하는 요령이 확실히 있지 않나. 2군에서 90개까지 던지게 한 뒤, 좌완 금민철과 송신영 중에 고민을 했다. 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볼넷을 내주기 보다는 맞더라도 제구가 좋은 투수를 써야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사실 신영이에게 30번 선발등판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절반만 나와도 7~8승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봤다. 관리가 가능한 선발로는 야구인생을 계속 연장하는 게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송신영은 철저한 준비로 염경엽 감독이 기대한 것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선수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은 감독과 최고참으로서 묵묵히 참고 준비한 선수가 합작한 반전 드라마, 송신영과 넥센처럼 한국 야구에서도 베테랑을 가치 있게 대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