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진입에 실패했다.
정 회장은 30일 바레인 마나마의 걸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6차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AFC는 이날 차기 회장과 FIFA 집행위원 등을 선출했다. AFC 회장은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현 회장(바레인)이 단독으로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FIFA 집행위원 선거는 가장 관심이 뜨거웠다. 아시아에 배정된 FIFA 집행위원 쿼터는 총 4장이다. AFC 회장이 FIFA 부회장으로서 1장을 자동으로 가져갔다. 나머지 3장의 주인도 이날 가려졌다.
혼전 또 혼전이었다. 당초 5명의 출마가 예상됐지만 후보 등록 결과, 7명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반전은 또 있었다. 사우드 알 모하나디 카타르축구협회 부회장과 사이드 칼리드 빈 하마드 빈 하무드 알 부사이디 오만축구협회장이 선거 막판 불출마했다.
임기도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4년(2015∼2019년) 임기는 2명, 2년(2015∼2017년) 임기는 1명을 뽑는 선거였다. 후보들은 선거에 앞서 4년과 2년 임기를 먼저 결정했다. 정 회장은 4년을 선택했다. 정 회장을 비롯해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 텡쿠 압둘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장, 워라위 마쿠디 태국축구협회장이 4년 임기에 도전장을 냈다.
50%의 확률이었다. 47개 AFC 회원국 가운데 46개국 대표가 투표에 참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 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동과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압둘라 회장과 다시마 부회장이 당선됐다. 압둘라 회장은 알 칼리파 AFC 회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중동 표가 쏠렸다. AFC가 본부가 말레이이사 콸라룸푸르에 위치해 있는 것도 압둘라 회장에게는 호재였다. 다시마 부회장은 두 번째 도전이었다. 2011년 오구라 준지 JFA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AFC 이사 직함을 달고 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지분을 쌓았다. 재수 끝에 FIFA 집행위원에 당선됐다.
2년 임기에는 중동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쿠웨이트의 세이크 아흐마드 알파라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FIFA 집행위원회는 축구계의 막강 권력을 가진 기구다. 25명으로 구성되며,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FIFA 주관 대회의 개최지와 FIFA의 각종 분과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FIFA내 최고 의결기구다.
한국에서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994년에 FIFA 부회장에 당선돼 2010년까지 16년간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물러난 후 한국 축구는 AFC와 FIFA에서 다소 영향력이 약화됐다. 정 회장은 FIFA 집행위원 재진입을 통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각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두번째 한국인 FIFA 집행위원은 배출되지 않았다. 정 회장 차기 선거를 기약하게 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