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장에 가면 금방 눈에 띄는 게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니폼을 갖춰입은 응원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유니폼 판매량을 보면 최고 인기 선수를 알 수 있다.
성적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는데,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LG 트윈스 박용택, 한화 이글스 김태균처럼 스테디 셀러가 있다. 생명력도 길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는 아직도 박찬호의 61번, 류현진의 99번 유니폼을 찾아볼 수 있다.
유니폼은 선수의 얼굴. 팬들의 기호품을 넘어 프로야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산업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LG와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 판매액이 15억원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는 25억원까지 팔았다.
▶투수보다 타자, 젊은 선수가 상한가
투수보다 타자 유니폼이 잘 팔린다. 5~6일에 한번씩 등판하는 에이스보다 매일 출전하는 타자가 인기가 있다. 간판 선수 유니폼은 꾸준히 팔리고, 젊고 외모가 신선한 선수, 유망주 유니폼이 상한가다.
롯데 자이언츠는 '손아섭 유니폼'과 '기타 선수 유니폼'으로 구분해도 될 것 같다. 지난해 손아섭이 전체 유니폼 판매량의 58%를 차지했다. 강민호가 29%, 황재균이 13%로 뒤를 이었다. 올해는 손아섭이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맹활약중인 황재균이 30%대에 올라서며 강민호를 제치고 2위를 달리고 있다. 흥미진진한 유니폼 판매 레이스다.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다. 지난해보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떠나고, 시즌 초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여파라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시즌 MVP 서건창 유니폼의 판매 증가를 기대했지만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 1위는 이대형, 올해는 윤석민이다. 지난 겨울 kt로 이적한 이대형 자리를 윤석민이 차지했다. 지난달 초 1년 만에 복귀한 윤석민이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1~2위를 다투고 있다. 10개 구단 중 투수가 1위를 차지한 팀은 KIA가 유일하다. KIA 구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대형 유니폼이 1200장 정도 팔려나갔다.
LG는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이병규(9번) 박용택 오지환이 1~3위를 휩쓸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병규가 1위에 올랐는데, 지난해에는 박용택 이병규 오지환순이었다. 올해도 박용택 오지환이 선두권이다.
NC 다이노스는 나성범이 올해도 압도적인 1위다. 이종욱과 이재학, 박민우가 나성범의 뒤를 따르고 있다.
한화에서는 류현진이 떠난 후 김태균이 지존이다. 2013년, 2014년에 이어 올해도 고공비행이다. 신생팀 kt 위즈는 이대형이 독주하고 있다. 아무래도 팀 성적이 떨어지고 스타 선수가 적다보니 기존 선수에 쏠림이 심하다. 김상현과 박세웅이 2~3위다. 이대형은 LG, KIA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실력도 좋지만 빼어난 외모 덕을 본다는 평가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팬들은 김현수 유니폼을 가장 많이 찾았고, 민병헌 정수빈이 뒤를 따랐다. 그런데 올해는 민병헌이 김현수 정수빈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왕돈 두산 마케팅 팀장은 "여러개의 유니폼을 갖고 있는 팬이 많다. 간판 선수 유니폼은 이미 갖고 있어 새로 뜨는 젊은 선수 유니폼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승엽 박석민 김상수가 지난해 삼성 유니폼 판매 1~3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이승엽이 1위인데, 안지만이 2위로 뛰어든 게 눈에 띈다. SK 와이번스는 최근 몇 년 간 최 정이 부동의 1위, 김광현이 2위다.
▶마약야구 한화 유니폼 판매 폭등했다는데
올시즌 가장 주목을 받는 팀 한화 이글스. '마리한화'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팀답게 유니폼 판매량도 폭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250% 늘었다.
'간판 타자' 김태균에 이어 김성근 감독이 정근우를 제치고 판매 2위라는 점이 눈에 띈다. 감독의 이름값이 워낙 크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팀 성적이 좋아지면서 관심도가 올라갔고, 올해 새 유니폼 4종을 출시한 게 맞물려 대박을 터트렸다. 한화는 홈경기에서 3차례나 매진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NC 김경문 감독의 유니폼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팀을 창단 2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이끈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유니폼은 일반적으로 레플리카(보급용 유니폼)와 선수용, 두가지로 나뉜다. 레플리카는 대략 7만원 안팎이고 선수용은 10만원대 초반이다. 팬이 선수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구입하면 선수에게 판매금액의 5%가 돌아간다. 유니폼 판매로 한해 1000만원이 넘는 가외수입을 올리는 선수도 있다. 선수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사면 직간접적으로 해당 선수를 응원하는 셈이다.
KBO 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구단별로 유니폼을 제작해 판매한다. 주로 대행사를 지정해 제작판매하는데, 원정 지역의 경우 위탁 판매하거나 현장에서 직접판다.
이진녕 LG 홍보팀 차장은 "전체 판매에서 홈 유니폼이 차지하는 비율이 70% 정도다. 서울팬이 팬이 홈 유니폼뿐만 아니라 원정유니폼까지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원정 유니폼을 선호하는 팬도 적지 않다"고 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 유니폼과 선수 이름이 마킹이 안 된 유니폼의 판매 비율이 50대50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유니폼 판매 1위의 주인공은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였다. 최고의 스타 선수이기도 했지만 2013년 7위였던 걸 감안하면 은퇴 예고가 판매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2013년에도 시즌 후 은퇴를 미리 알린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가 2위에 올랐다. 지터와 리베라 팬들이 슈퍼스타의 마지막을 응원하기 위해 유니폼을 구입한 것이다.
지난해 후반기 기준으로 지터에 이어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데이빗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보스턴 레드삭스), 더스틴 페드로이아(보스턴 레드삭스)가 2~10위에 자리했다.
투수보다 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LA 다저스 소속 선수로는 커쇼, 푸이그에 이어 류현진이 19위에 올랐다.
2013년에는 포지가 1위, 리베라,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데이빗 라이트, 맷 하비(뉴욕 메츠),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지터,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오리올스), 트라웃, 푸이그가 뒤를 이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해에 11위에 랭크됐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