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벌써부터 강정호를 따라가려 한다고 걱정하지만, 기록은 벌써 강정호를 바라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새 주전 유격수 김하성(20)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고졸 2년차 김하성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물려 받았다. 3루와 1루수로 뛰어온 윤석민이 생애 처음 유격수 전환을 시도하며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수비에서 보다 안정감이 있는 김하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2년차로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넥센의 국가대표급 내야진에 균열이 생기지는 않을까 싶었다. 물론 수비에서는 아직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하루아침에 경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하성에게서 예상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타석에서였다. 김하성은 28일까지 팀이 치른 24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3할1푼5리(89타수 28안타) 6홈런 16타점 17득점 7볼넷 3도루를 기록중이다. 서건창과 이택근의 부상으로 1,2번으로 잠시 나오기도 했지만, 20경기에 8번타자로 나오는 등 하위 타순에 고정돼 있다.
하위 타선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맹타'다. 규정타석을 채운 넥센 타자들 중 타율은 4위, 홈런은 유한준(8개)에 이어 공동 2위다. 국가대표 홈런왕 박병호(6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하성은 손목 힘이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리호리한 몸에도 펀치력이 좋은 편이다. 여기에 프로 입단 후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력을 키웠다. 재능과 노력이 만나면서, 파워가 증가했다. 어찌 보면 2006년 입단해 3년차에 주전 자리를 따내고 4년차 시즌에 처음 두 자릿수 홈런(23개)을 때려낸 강정호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2년차로 놀라운 성장세다. 하위 타순에 고정돼 부담없이 성장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김하성의 시즌 초반 페이스를 강정호가 역대 최초로 유격수 40홈런을 친 지난 시즌 기록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강정호는 3월과 4월, 정확히 24경기를 치렀다. 김하성이 28일까지 소화한 경기수와 같다. 넥센의 붙박이 5번타자였던 강정호는 24경기서 타율 3할1푼3리(83타수 26안타) 4홈런 17타점 18득점 15볼넷 2도루를 기록했다.
일단 홈런과 안타 개수만 놓고 보면 김하성이 앞선다. 하지만 세부 기록을 보면, 김하성에게 보다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타석수는 100타석과 102타석으로 비슷한데, 강정호는 볼넷이 보다 많다.
염경엽 감독이 김하성에게 강조한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강정호는 같은 기간 타석당 투구수가 4.20개였다. 박병호(4.19)와 함께 넥센 타자들 중 가장 많은 공을 봤다. 상대가 중심타선에 어려운 승부를 펼칠 때, 선구안을 통해 편하게 볼넷을 골라내기도 했다.
반면 김하성은 볼넷 개수가 적다. 타석당 투구수 3.99개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편이지만, 평균(4.02)적인 수준이다. 물론 하위타선에서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긴 하지만, 상대가 많은 공을 던지게 하고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강정호와의 비교가 의미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넥센은 단 한 시즌의 공백도 없이 향후 수년간 강정호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았다는 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