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만의 1부리그 승격. '본머스의 기적'이 전세계 축구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본머스 AFC는 28일(한국 시각) 볼턴에 3-0으로 승리, 사실상 1부리그 승격을 확정지었다. 25승12무8패(승점 87점)으로 리그 2위인 본머스는, 1경기를 남겨둔 현재 3위 미들즈보로와는 승점 3점 차이다. 하지만 골득실에서 무려 19골 차이여서 EPL 승격이 확실시된다.
이들은 1890년 보스콤FC로 창단한 뒤 1971년 본머스로 이름을 바꿨지만, 꾸준히 3-4부리그를 오가는 평범한 하부리그 팀이었다. 2007-08시즌에는 리그1(3부리그) 21위에 그치며 리그2(4부리그)로 강등됐고, 2008-09시즌 2월말에는 4부리그에서도 23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는 본머스의 자금줄이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머스는 1997년 이후 떄때로 지역 주민들의 모금으로 팀을 유지할 만큼 사정이 어려운 팀이었다. 에디 하우, 제이슨 틴달, 스티브 플레처 등 소속 선수들은 직접 '본머스를 지키자(Save the Cherries)'라는 모금함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본머스는 2008년에도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재정이 안정되고, 2008년 겨울 이 팀 출신인 하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하우 감독은 부임 당시 31세로, 풋볼리그 최연소 감독이었다.
본머스는 2008-09시즌 이적시장 금지 징계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하우 감독은 4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데다 차기 시즌 곧바로 3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결국 본머스는 단 6년만에 1부리그에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해리 레드냅 전 감독은 지난 1986-87시즌 본머스의 사령탑을 맡아 팀을 2부리그에 올려놓은 바 있다. 레드냅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는 본머스 100년사 최고의 감독으로 불렸다. 이제 그 호칭은 하우가 가져가게 됐다. 본머스의 2년치 시즌 티켓을 살 것"이라며 축하와 더불어 차기 시즌 잔류를 기원했다.
올시즌 본머스가 EPL 승격에 성공한 것은 압도적인 공격력 덕분이다. 올시즌 본머스는 최다 골(95골), 슈팅 및 유효슈팅, 볼 점유율, 패스 및 정확도에서 모두 챔피언십 1위에 올랐다. 실점 및 유효슈팅 허용수도 24개팀 중 23위일 만큼 탄탄한 수비력도 갖췄다. 수비력 1위인 미들즈보로는 37골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득점력(68골)에서 크게 뒤져 본머스에 밀리게 됐다.
본머스의 EPL 승격을 이끈 것은 최전방 공격수 칼럼 윌슨(23)이다. 윌슨은 올시즌 20골로 챔피언십 득점 3위에 올랐다. 윌슨은 20골 모두를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성공시켰을 만큼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윌슨은 구단 이적료 신기록 보유자이지만, 그의 이적료는 고작 300만 파운드로 앙헬 디 마리아(맨유)의 1/20에 불과하다. 본머스의 연간 매출은 맨시티의 1/55, 홈구장 좌석 수는 올드 트래포드(맨유)의 1/7 가량이다.
챔피언십 승격팀이 EPL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 우승팀이었던 레스터시티는 올시즌 강등권을 맴돌고 있다. 창단 125년만에 일궈낸 본머스의 기적이 다음 시즌 EPL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