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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또 올거에요" 한손 야구선수 김성민 군의 희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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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그래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씩씩하고 구김살이 없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그라운드 위에서 자유롭게 펄펄 뛰어다닌다. 경기도 용인 수지 주니어 야구단 소속의 김성민(15) 군. 여느 또래처럼 밝고 씩씩한 야구 소년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다. 왼손과 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신생아 시절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다친 탓이다. 이런 장애는 김 군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김 군은 한 손으로 공을 받고 던지며, 배트도 휘두른다. 그의 꿈은 언젠가 프로야구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다.

이런 김 군의 꿈이 조금 더 일찍 현실로 이뤄질 기회가 찾아왔다. KIA 타이거즈가 '꿈의 시구' 이벤트에 김 군을 초청한 것이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김 군을 시구자로 초청했었다. 김 군의 초청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평소 김 군은 KIA 최희섭과 윤석민의 열혈 팬이었다. 이 선수들의 팬이 된 데에도 사연이 있었다.

3년 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작고한 김 군의 아버지가 KIA 타이거즈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열성 팬이었기 때문. 자연스럽게 김 군도 어린 시절부터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게 됐다. 게다가 김 군의 선친은 중증 장애인인 김 군이 실의에 빠지지 않고, 씩씩하게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든든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성한 한쪽 손으로 공을 받은 뒤 그대로 글러브를 이용해 송구하는 동작 등을 직접 고안해 가르쳐 주기도 했다.

덕분에 김 군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구김살 없이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김 군의 사연을 전해들은 KIA는 김 군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초청해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윤석민 등 KIA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하필이면 이날 광주에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결국 김 군의 시구는 무산됐다.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설레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나와있던 김 군은 하는 수 없이 강한울과 캐치볼을 하고, 윤석민에게 사인을 받는 것으로 이날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김 군은 실망하지 않았다. 시구 기회는 앞으로 또 얼마든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KIA 관계자도 "여러모로 의미가 큰 행사였는데, 우천으로 취소돼 아쉽다. 하지만 조만간 다시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시구는 무산됐지만, 꿈을 향해 한 발 더 내딛었다는 생각때문인지 김 군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