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계가 '125년 만의 기적'에 들썩이고 있다.
본머스는 28일(한국시각) 볼턴과의 2014~2015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45라운드에서 3대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본머스는 리그 최종전에서 10골차로 지고 3위 미들즈브러가 10골차 이상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프리미어리그(EPL)에 직행할 수 있는 챔피언십 2위 자리를 지키게 된다. 1890년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최상위 무대에 진입하지 못했던 본머스가 쓴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를 눈앞에 둔 셈이다.
본머스는 1971년 개명 전까지 보스콤FC로 불렸다. 아마추어 경계선인 4부리그와 3부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열악한 재정 탓에 선수들이 직접 모금함을 들고 거리에 나서야 했을 정도로 팀 살림이 팍팍했다. EPL 진출은 언감생심이었다. 불과 7년 전인 2008년엔 파산위기에 몰리며 4부리그에서도 강등권인 23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8~2009시즌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뒤, 다음 시즌 리그1(3부리그) 승격을 이뤄내면서 대역전이 시작됐다. 2012~2013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을 이룬 지 불과 2년 만에 꿈 같던 EPL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에디 하우 감독(38)은 본머스를 탈바꿈 시킨 주역으로 불린다. 현역시절 본머스에서 활약했던 하우 감독은 공수 전반에 걸쳐 단단한 팀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 결과 본머스는 챔피언십 45라운드 현재 24팀 중 최다골(95골), 최소실점 2위(45골)를 견인했다. 지난 1986~1987년 본머스 사령탑을 맡아 2부리그 승격을 이끈 바 있는 해리 레드냅 전 감독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는 본머스 100년사 최고의 감독으로 불렸다. 이제 그 호칭은 하우가 가져가게 됐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본머스가 EPL에서 살아남을 지는 미지수다. 영국 공영방송 BBC 통계자료에 따르면 본머스의 연간 총수입은 맨시티(2억7100만파운드·약 4417억원)와 비교해 50분의 1 수준인 510만파운드(약 83억원·2012~2013시즌 기준)에 불과하다. 홈구장인 골드샌즈스타디움 역시 총 수용인원이 1만1700명으로 K리그 클래식 최소규모인 광양축구전용구장(1만3496명)보다 작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팀들처럼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선수들의 영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승격한 레스터시티, 번리, 퀸스파크레인저스(QPR) 모두 강등권을 맴돌고 있다는 것도 본머스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본머스가 125년 간 써내려 온 도전의 역사가 EPL을 수놓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