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몇 년째 국내 야구판에선 '괴물' 신인이 사라졌다. 신인 지명이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아봐야 입단 첫해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선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결국 프로무대에서 2~3년 길게는 4~5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기회 조차 잡지 못하는 루키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와중에도 각 팀들은 유망주를 키우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팀의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다.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게 개조작업을 한다.
전문가들은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자세로 키운다면 쓸만한 선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 베스트5를 골라봤다. 이 중에서 한국 야구를 10년 이상 끌고갈 수퍼 스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①임지섭(20·LG 트윈스)
임지섭은 양상문 LG 감독이 엄청나게 공들이고 있는 LG의 미래다. 신체조건과 공의 스피드 그리고 구단에서 보여주는 열의를 봤을 때 임지섭의 미래가치는 최고라고 꼽을 만한다. 1m90의 큰 키에 직구 구속이 140㎞후반을 꾸준히 찍는다. 게다가 좌완 투수다.
프로 2년차인 임지섭은 현재 5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있다. 이번 시즌 성적은 5경기에 등판, 1승, 평균자책점은 4.50. 불안요소는 갑자기 흔들리는 제구와 그로인한 많은 투구수다. 하지만 1년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구폼이 일정해졌고, 힘을 빼고도 140㎞ 중후반대의 구속을 낼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제구가 될 때는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임지섭이 지금 페이스대로 성장할 경우 과거 이상훈(현 두산 코치)에 맞먹을 정도가 될 수도 있다.
②구자욱(22·삼성 라이온즈)
전문가들은 현재의 구자욱을 보고 과거 젊은 시절의 LG 이병규(등번호 9번) 박용택 또는 삼성 이승엽을 떠올린다. 구자욱은 큰 키(1m89)에 체중이 75㎏으로 몸매가 호리호리하다. 같은 좌타자이고 1루수를 주로 본다.
구자욱은 2015시즌을 앞두고 혜성 처럼 등장했다. 기라성 같은 강타자들이 즐비한 삼성에서 얼굴이 잘 생긴 루키가 툭 튀어나왔다. 류중일 감독이 구자욱을 적극적으로 밀었고, 또 마침 주전 1루수 채태인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한 구자욱은 정규시즌에서도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좋은 신체조건과 강한 펀치력을 갖고 있다. 타율이 2할1푼9리로 낮고, 실책이 5개로 적지 않았다. 불안요소는 아직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수비 실수도 줄여야 한다. 또 체중을 불려 파워를 키우고 또 경험이 쌓인다면 삼성의 중심타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군복무(상무)도 마쳤다.
③김하성(20·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의 현재 위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정호(피츠버그) 후계자다. 강정호가 떠난 넥센 유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김하성은 윤석민과의 자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다. 타율 3할1푼4리에 5홈런 14타점을 올렸다. 도루도 3개.
손목 힘이 강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다. 2014년 입단 이후 지난 겨울 몸을 불리는 동시에 파워 트레이닝으로 상체 근육을 키웠다. 성장 속도가 하루가 다를 정도다. 넥센 구단은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또 염경엽 감독이 워낙 꼼꼼한 스타일이라 김하성이 한눈을 팔기도 쉽지 않다. 김하성이 커가기에 넥센 보다 더 좋은 팀은 없다. 김하성을 보면 어릴 적 강정호가 생각난다.
④조상우(21·넥센)
우완 정통파 조상우는 지난해 신인왕 후보였다. 프로 입단 2년 만에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만 아니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시즌 초반의 좋은 페이스였다면 인천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진입도 가능할 정도였다.
대전고 시절까지만 해도 공만 빠르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넥센 입단 이후 1년만에 제구가 잡혔다. 지난해 6승2패11홀드,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했고, 올해는 11경기에 등판 1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 중이다.
조상우는 140㎞ 후반대의 빠른 직구를 과감하게 뿌린다. 배짱이 좋고, 매우 공격적인 피칭을 즐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선발 전환 또는 마무리 어느 쪽으로 가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⑤한승혁(22·KIA 타이거즈)
한승혁은 KIA가 수년째 공들이고 있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유망주의 기본 조건은 다 갖췄다. 좋은 신체조건(키 1m85,체중 88㎏)에 공 스피드도 150㎞에 육박한다.
한승혁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제구다. 구위는 통할 수 있다는 검증을 받았다. 제구를 잡아야 선발 진입이 가능하다. 이번 시즌 중간 투수로 4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승혁의 경우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11년 입단 이후 4시즌을 보냈다. 한승혁의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면 또 1군과 2군을 들락날락하다가 시즌을 마칠 수 있다. 한승혁도 자신감과 동시에 강한 승부욕을 가져야 한다.
이외에도 10개팀 2군과 재활군에는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누구의 잠재력이 언제 폭발할 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넥센 홈런 타자 박병호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갑자기 잘 한다고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또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것도 아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