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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재우, 보이지 않는 베테랑의 공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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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죠. 적응해야죠."

2개월 전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이재우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두산은 5선발을 막 확정지은 상태였다.

후보는 이현승 이재우 진야곱 등이 꼽혔다. 아무래도 투수들은 선발 욕심이 있다. 등판 일정이 불규칙한 중간계투보다는 일정한 등판간격을 가질 수 있는 선발을 선호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이현승이었다. 좌완이라는 이점과 함께 선발로서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다는 높은 평가가 있었다.

이재우에게는 필승계투조의 임무가 주어졌다. 이 부분도 어느 정도 확고했다. 김 감독은 "선발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농담을 한 뒤 "이재우는 1이닝을 효율적으로 막을 확률이 가장 높다. 개인에게도 그렇고, 팀에게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 판단은 확실히 냉정했다. 선발로 던질 때 130㎞ 후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로 상대 타자를 압박하긴 쉽지 않다. 선발로 뛰면 체력 조절을 위해 100%의 힘으로 던지지 못한다.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상대타자를 압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간계투로 뛸 때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140㎞ 안팎으로 올라간다. 구위가 묵직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공략이 쉽지 않다. 컷 패스트볼을 올 시즌 장착했는데, 이 부분도 유효하다.

또 하나는 이재우의 역할이다. 프로 15년 차인 그는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 이재우는 항상 "일단 제가 잘해야죠"라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베테랑의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이현승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다. 게다가 중간계투진에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하다.

올 시즌 두산은 새로운 필승계투조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노경은은 부상으로 이탈, 아직까지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은 윤명준 함덕주 김강률이 주축이다. 예상보다 잘 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확실한 1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것도 맞는 평가다. 특히 함덕주와 김강률은 올 시즌이 첫 풀타임이자, 필승계투조로 경험이다.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기복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쇄적인 '멘탈 붕괴'가 올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완충장치가 될 베테랑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이재우가 그 역할을 소리없이 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다. 두산은 14승8패, 선두 삼성에 0.5게임 뒤진 2위다. 예상을 웃도는 성적이다. 물론 아직은 변수가 많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강한 선발진과 안정된 타선. 공고한 수비와 조직력. 두산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중간계투진이었다.

실제 여전히 불안하고, 중반 이후 뼈아픈 역전패를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잘 막고 있다. 함덕주와 김강률은 부족한 경험을 조금씩 채우고 있다. 1~2점 승부에서는 불안한 모습이지만, 전체적으로 두산의 필승계투조는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희망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우의 공헌도가 상당히 높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